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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교회? 교회!

by 분당교회 2017. 8. 29.

2017년 8월 27일 연중 21주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마태오 16:13-20

교회? 교회!


어느덧 8월 27일입니다. 1년의 2/3가 지나갔습니다. 오는 가을,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 맺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신앙의 열매는 성령의 열매, 전도의 열매입니다. 


예수님은 전도의 열매를 맺으시고자 여러 지방을 다니시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제자들과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지방에 가 계십니다.


필립보의 가리사리아는 헤르몬산 기슭에 위치한 경치가 빼어난 곳이라고 합니다. 높이 2,814m로 산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고, 그 눈이 녹아 갈릴리호수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도시를 건설한 사람은 헤로데입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기원전 20년경에 이 지역의 통치권을 헤로데에게 위임했습니다. 이에 감사의 뜻으로 헤로데는 대리석 신전을 지어 황제에게 바쳤습니다. 이 후 헤로데의 아들 필립보가 이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필립보는 자기 이름과 황제의 이름을 합하여 ‘필립보의 가리사리아’라고 도시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황제의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도시의 규모가 상당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로마 총독이 거주하는 도시였습니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그야말로 황제의 도시였습니다.


예수님은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서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하더냐?” 제자들은 대답합니다. “어떤 사람은 엘리야라고도 하고 또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번에는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오늘 이 자리에 예수님이 오셔서 여러분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대답에 예수님은 베드로를 칭찬하십니다.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 예수님을 아는 것이 축복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이 땅에 하느님의 통치를 실현하는 대리자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히브리어로 메시야, 구원자라는 말입니다. 개역성경을 보면, 베드로의 대답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주”라는 고백입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 고백이 여러분의 고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이어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잘 들어라.” 아주 중요한 말씀이기에 ‘잘 들으라’고 하십니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려 있을 것이다.”


지난 한 주간 오늘 복음을 중심으로 한 성경 말씀들을 묵상하면서, 교회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가지 정도로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여러분은 교회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주교? 사제? 신자들?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입니다. 18절,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기독교 서적 중에 이런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대 교회 주식회사”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교회의 주님은 하느님이어 하는데, 오늘날 교회가 헌금 많이 내는 장로들이 주주로 행세하는 주식회사 같다는 말입니다.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주요 원인이 이것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이 아닌 사람들 마음대로 운영되는 것이었습니다. 중세교회는 교황이 주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루터가 “오직 성경으로”라는 구호를 외친 것이었습니다. 루터가 한국교회에 오면 같은 구호를 외칠 겁니다. 오늘날 많은 한국교회는 교황에서 담임 목사로 주인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성공회는 교회의 주인이 예수님이 되도록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위원회입니다. 사제와 위원들이 함께 대화하고 기도하며 주님의 뜻을 식별하는 치리구조입니다. 또 성서, 이성, 전통이라는 성공회 신앙의 3대 요소도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뜻을 더 잘 분별하기 요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성공회가 21세기에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위해 하느님이 예비해 놓으신 히든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도 예수님이 주인되고 그 뜻을 이루어가는 하느님의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에 대한 믿음을 전승하는 공동체입니다.

18절을 보면, 예수님은 시몬 바르요나에게 베드로라는 새 이름을 주십니다. 베드로의 그리스어 발음은 페트로스(Petros)인데 페트라(Petra)는 반석이란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교회란 베드로가 드린 ‘예수님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고백 위에 세워진다는 의미입니다. 


로마는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황제가 주인이고 황제가 구원자이고 황제가 신으로 숭배 받는 나라입니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황금만능주의가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제국입니다. 그런데 황제가 숭배되고 로마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황제도시인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서, 베드로를 대표한 제자들이 ‘예수님이 이 땅의 통치자이신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구원자이시며 주님’이라는 고백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 고백은 황제를 숭배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따르고 하느님만을 예배하겠다는 고백입니다. 로마제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황제가 다스리는 로마 제국이 아닌, 하느님이 다스리는 하느님의 나라의 백성으로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라고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따르겠다는 믿음이 “반석”입니다. 베드로가 반석이 아닙니다. 베드로를 대표하여 제자들이 보여주는 믿음이 반석입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의 열쇠”입니다. 교회는 제자들이 고백한 하느님 나라에 대한 믿음을 반석으로 세워지고 사람들에게 그 믿음을 계승하는 공동체입니다. 성공회 선교정신의 첫 번째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한다”인 이유입니다.


셋째. 주님의 교회를 세우고 믿음을 전수하기 위해서 “헌신”이 필요합니다. 

믿음은 삶으로 드러납니다. 삶으로 확인되지 않는 고백은 가짜입니다. 교리적인 지식일 뿐입니다. 세례를 받을 때 신앙문답을 하고, 신경을 외워도 진짜 그리스도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오늘 1독서에 나오는 히브리의 조산원들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파라오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바쳐 믿음을 살아가는 헌신입니다. 출애 1:17, “그러나 산파들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여 이집트 왕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사내아이들을 살려주었다.” 


오늘 서신 로마서 12장도 헌신하는 신자의 삶을 격려합니다. 1절,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 헌신은 구체적으로 주님이 주신 은총의 선물, 즉 은사로 섬기는 삶을 말합니다. 


오늘 서신에 나오는 은사 하나 하나를 설펴봅시다. 

“예언하는 일”, 대언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은사입니다. 

“봉사하는 일”, 몸의 수고로 섬기는 일입니다. 우리 분당교회 어머님들이 다들 이 은사를 받으셔서 애찬봉사, 성당청소 등으로 헌신하십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청년 모두도 이 은사를 받으셨습니다. 잘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격려하는 일”, 잠시 옆 사람을 격려해볼까요? 

“희사하는 사람”, 자기 재물을 교회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서 봉헌하는 일입니다. 지난 성공회신문에 제가 기고한 글이 있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의 원로회장이신 이흥준 콜롬바 교우에 관한 글입니다. 그 분이 바로 ‘희사의 은사’를 받으신 분입니다. 오산 제자교회 땅 1400평과 성당과 교육관 등 시가로 70-80억 정도 될 겁니다. 용인교회에도 4억 5천만원을 봉헌하셔서 성당을 건축했습니다. 수원교회에는 아주 오래 전에 지금 보좌사제관으로 사용하는 2층짜리 경애의 집을 건축하여 봉헌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성경말씀처럼 “순수하게”, 주주노릇하지 않으시고 성공회의 발전을 위해서 희사하신 분입니다. 우리 성공회 교회마다 이런 분이 필요합니다.

“지도하는 사람”, 위원들 단체장들 구역장들 교사들 등 열성을 다하십시오. 

“자선을 베푸는 사람”, 교회 안과 밖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물질을 기쁘게 나눕니다. 우리 교회에도 이 은사로 섬기는 분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설교문을 마무리하는데 시 한 편을 떠올랐습니다. 우선은 저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읽어드리겠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우리 동네 목사님”이라는 시입니다. 눈을 감으시고 시를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동네 목사님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 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 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정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중에서


생활에 밑줄을 긋는 저와 여러분의 헌신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전수되는 주님의 교회가 세워지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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