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8일
사순1주일 (재의수요일 본문으로)
사순절 동안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라!!
우리 성공회는 교회력을 통해서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닮아가도록 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는 교회입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사순1주일입니다. 기도와 단식, 자선을 통해서 부활절을 준비하는 40일의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합니다. 한자로 순旬은 열흘을 뜻하므로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서 부활전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사순절로 부릅니다.
40이라는 숫자는 그리스도가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했던 사실에서 유래된 숫자입니다. 구약성경에도 40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노아의 홍수기간 40일 /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전 단식 기간 40 /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광야의 여정 40년 / 호렙 산에서 엘리야가 기도하던 기간 40일 등 주요사건이 모두 40이라는 숫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순절 전례의 특징은 사제가 제의의 빛깔을 회개를 나타내는 보라색으로 바꾸고, ‘알렐루야’와 ‘영광송’을 노래하지 않으며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옛날에는 사순대재라고 했다. 재齋라는 말이 ‘공경하다 엄숙하다 공손하고 삼가다’라는 뜻인데 대재에는 금식을, 소재에는 금욕을 실천했습니다. 이렇듯 하느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경건의 훈련에 집중하는 절기가 사순절입니다.
사순절이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는 금식을 하며 이마에 재를 바르는 예식을 하게 됩니다. 설 연휴로 인해 ‘재의 수요일’ 재축복 예식을 사순 1주일은 오늘로 옮겼기에, 오늘 재의 수요일에 읽는 말씀들을 읽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한 정화의 기간인 사순절에 외적인 준비와 내적인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 준비로 행해야 하는 경건의 훈련의 내용이 오늘 복음에서 나옵니다. 사순절 동안 신자들은 자선, 기도, 단식 등으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합니다. 외적인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적인 준비는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하는 회개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쇄신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내적인 준비인 것이죠.
이러한 외적 내적 준비를 통해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쁘게 맞이하며 부활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예수님 당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기도와 금식, 자선을 실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외적인 경건생활이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자기 의입니다. 본래 부패한 본성을 지닌 죄인된 우리는 경건생활을 남보다 좀 더 열심히 하면 많은 경우 자기 자라와 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외적인 경건훈련이 가져오는 폐단을 예리하게 지적하십니다.
2절,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5절,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마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16절,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자선 기도 극기로 하느님을 열심히 섬겼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기 의에 빠져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바리사이 신앙을 경계하면서 사순절을 통해 진정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적인 준비 말입니다. 이 질문을 주님께 드렸을 때 생각난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황금율입니다.
마태 22:36-40, 36 "선생님, 율법서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입니까?" 하고 물었다. 37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38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고, 39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40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순절 동안 우리가 자선과 기도와 금식이라는 외적인 경건훈련을 통해서 회복해야 하는 신앙의 본질입니다.
오늘 복음 6절이 기도의 본질을 말해 줍니다. 6절,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기도란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라는 말입니다.
단식은 하느님 앞에서 거룩하게 서기 위한 극기입니다. 오늘 1독서는 단식의 본질을 말해줍니다. 이사야 58:6-7, 내가 기뻐하는 단식은 바로 이런 것이다." 주 야훼께서 말씀하셨다.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것, 압제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버리는 것이다. 7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주는 것, 떠돌며 고생하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며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미슈파트와 쩨데카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이웃사랑입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선행과 자선의 본질입니다. 이렇듯 하느님을 사랑하여 그 분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며 자신을 거룩하게 세우는 경건의 훈련은 반드시 이웃 사랑으로 확증되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 말씀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마태 6:21,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거꾸로 읽어도 됩니다. ”너희의 마음이 있는 곳에 너희의 물질이 있다.“
수입이 많든 적든, 내가 재정을 사용하는 곳에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내 마음의 주인,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에 내가 가진 자원을 우선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주님의 몸된 교회와 선교를 위해서 재정을 구별하여 기쁨으로 드리는 청지기의 삶을 살게 됩니다. 가난한 이웃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자기의 물질을 나누고 베푸는 이웃 사랑의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더 많이 소유하고 누리라고 합니다. 물질 맘몬이 신으로 군림하는 시대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그래왔습니다. 신앙은 그런 시대를 거스르며 저항하는 용기이며 삶입니다.
하느님의 통치에 순종하며 적게 소유해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존재가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사순절은 기도와 금식, 자선과 선행을 통해 욕망과 맘몬을 저항하며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을 회복해 가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잠시 침묵 가운데 다시 한 번 하느님과의 관계를 점검하며 나의 삶을 돌아본 후, 재축복 예식을 하고 이마에 재를 바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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