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0일 연중 10주일
말씀/설교 : 김장환 엘리야 신부
성령은 누구신가?
1. 교회력으로 두 주 전, 성삼위일체주일을 지내고 지난 주일부터 왕이신 그리스도주일까지 연중주일 – 성삼후 주일, 보통주일을 지내게 됩니다. 연중주일이란 삼위일체 하느님과 동행하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게 하고 십자가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성령님이시기에, 알파코스에 나와 있는 “성령님은 누구신가? 성령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가? 어떻게 성령충만을 받을 수 있는가?” 등의 주제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2. 전도사부터 23년의 사목생활 중, 수원교회에서 5년, 제자교회에서 15년을 섬겼습니다. 수원교회에서는 은퇴하신 박경조 프란시스 주교님이 관할사제셨는데, 해마다 “성령 안에서의 새생활 세미나”를 개최하셨습니다. 7주간의 세미나를 끝내면, 성령님으로 충만해 삶이 변화되는 교우들을 항상 있었습니다. 얼굴에 빛이 나고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 공예배에 열심히 참석하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3. 그런 은혜를 알았기에 수원 영통에 교회를 새로 시작하고 15년 섬기는 동안 저도 자주 성령세미나를 개최했었고 동일한 하느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교우들이 성령님을 통해 따뜻한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섬기며 교회 공동체가 하나 되어 성장하는 은혜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3주 전 성령강림주일을 보내면서 제 사목에서 역사하신 성령님의 은혜가 기억 나, 성령님을 소개하는 말씀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 많은 교우들이 아버지 하느님이나 아들 예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령님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Holy Spirit ‘성령’이라는 말보다는 ‘성신’이라고 했습니다. 영어로 Holy Ghost입니다. 거룩한 유령이라는 말이라고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령, 성신하면 인격적인 하느님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령님은 어떤 에너지, 파워가 아니라 인격이십니다. 인격이라는 말은 지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성경을 보면, 성령님도 생각하시고 말씀하시고 인도하시고 슬퍼하십니다.
5. 요한복음 14장 16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주셔서 너희와 영원히 함께 계시도록 하실 것이다.” 성령님을 “협조자”라고 소개하십니다. 그리스도어로 “파라클레토스”라고 하는데 “함께 나란히 불려오는 자”라는 뜻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 용기를 주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성령님이 “다른 협조자”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다른’이라는 말은 ‘같은 종류의’라는 뜻입니다. 성령님이 “예수님의 또 다른 자기”라는 말입니다. ‘another Christ“.
6. 많은 사람들이 성령은 20세기에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하는데, 성경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성령 하느님은 창조에 참여하셨습니다. 창세 1:1-2, “1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2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이 구절에 나오는 ‘하느님의 기운’이 ‘루아흐’라는 히브리어로 성령님을 말합니다. 창조란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자 성령님이 역사하심으로 그 일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성령님이 역사하시면, 여러분의 삶과 우리 대한성공회에 혼란이 사라지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창조의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7. 성령님은 하느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도 역사하셨습니다. 창세 2:7,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루아흐’가 “입김”이라는 말로 번역되었습니다. 성령님이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에게 생명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마른 흙과 같은 사람이나 교회에도 성령님이 생명을 가져다주십니다. 제가 개척할 때 40명으로 시작했습니다. 15년 사목하고 사임할 때 재적교인이 290여명, 출석 2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생명을 주시는 성령님이 역사하니까 사람이 변화되고 교회에 생명력이 넘치게 되어 이루어진 열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에 굶주리고 있기에 하느님의 생명을 보여주는 사람들과 교회에 끌리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8. 이렇게 창조 가운데 역사하신 성령 하느님은 구약에서도 일하셨습니다. 구약에서 성령 하느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임하기보다는 특별한 사람들에게 임하시어 하느님의 특별한 사명을 감당케 하셨습니다. 특별한 사람들이란 판관들이나 제사장, 왕, 예언자들입니다. 구약을 읽어보시면, 이들이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기 전에 다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히거나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왕 같은 경우 대관식에서 기름을 붓는 예식을 갖는데 성령의 기름부음을 상징합니다.
9. 판관기 6장을 보면 기드온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이방 민족 미디안의 침략으로 곤경을 겪는 이스라엘을 구하시고자 기드온을 불렀습니다. 기드온은 자신의 연약함으로 하느님이 주시는 소명을 거부합니다. 판관 6:15, “아시는 대로 우리 문중의 부대는 므나쎄 지파에서도 가장 약합니다. 또 저는 제 집안에서도 가장 어린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영이 기드온을 사로 잡았습니다 판관 6:34, “야훼의 영이 기드온을 사로잡았다.” 이후 기드온은 이스라엘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10. 기드온의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구약의 스토리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여러모로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임을 잘 압니다. 기드온의 고백처럼 ‘어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부르시고 성령을 부어주심으로 교회를 섬기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성령의 은총입니다. 구약에서 하느님께 쓰임 받은 판관, 예언자, 왕, 제사장들은 다 이 성령으로 기름부음 받았습니다. 아무리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일지라도 성령으로 채워질 때, 하느님께 쓰임 받는 사람들이 됩니다.
11. 사도행전 6장을 보면, 12사도가 구제 사역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일곱 보조자를 세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곱 보조자를 세우는 기준이 이렇습니다. 사도 16:3,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서 신망이 두텁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뽑아내시오.” 교회 지도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바로 이것입니다. “신망이 두텁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여러분 모두 성령을 가득히 받아 주님께 쓰임 받기를 축복합니다.
12. 구약에서는 하느님의 특별한 일을 위하여 특별한 사람들에게 성령이 임하였지만, 하느님은 새로운 약속을 하십니다. 하느님의 백성들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시겠다는 하느님의 비전입니다. 에제키엘 36:26-27, “26 새 마음을 넣어주며 새 기운을 불어넣어 주리라. 너희 몸에서 돌처럼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 주리라. 27 나의 기운을 너희 속에 넣어 주리니, 그리 되면 너희는 내가 세워준 규정을 따라 살 수 있고 나에게서 받은 법도를 실천할 수 있게 되리라.”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새 기운, 하느님의 기운’, 성령을 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13. 그래서 예언자 요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3:1-2, “1 그런 다음에 나는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의 아들과 딸은 예언을 하리라. 늙은이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리라. 2 그 날, 나는 남녀종들에게도 나의 영을 부어주리라.” 요엘은 성령이 더 이상 특별한 과업을 위해 특별한 때에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14. 사람들은 이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이 오셨을 때, 하느님의 영은 폭발적으로 그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성령의 충만함을 입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성령으로 충만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성령의 힘이 그녀를 덮으며 잉태하였습니다. 그녀의 사촌 엘리사벳은 마리아 태중에 있는 예수를 보고 성령으로 충만해졌습니다. 심지어 세례 요한의 아버지도 성령으로 충만했습니다.
15. 루가복음 3장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은 예수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예수가 성령과 불로 세례를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루가 3:16). “세례”라는 말은 ‘흘러 내려 온전히 감싸다.’ ‘물에 완전히 잠기다’라는 의미인데 예수를 통해 성령에 흠뻑 적셔지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완전하게 성령으로 충만한 분이셨습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잉태되었고 세례를 받을 때 성령이 하늘에서 내려왔으며 성령으로 충만해서 요단으로 돌아왔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셨으며 성령의 능력을 입고 갈릴래아로 오셨습니다.
16. 바로 그 예수님이 성령의 임재를 예언하셨습니다. 요한복음 7장에 보면, 초막절 명절 끝 날에 일어나서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37 “그 명절의 고비가 되는 마지막 날에 예수께서는 일어서서 이렇게 외치셨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38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샘솟는 물’이 바로 성령님입니다. 39절, ”이것은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 그 때는 예수께서 영광을 받지 않으셨기 때문에 성령이 아직 사람들에게 와 계시지 않으셨던 것이다.“
17. 이 말씀은 오늘 읽은 1독서 에제키엘의 비전과 연결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물이 점점 더 깊어지고 그 물이 닿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번창하고 열매가 맺어지며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는 비전말입니다. 에제 47:12, “12 이 강가 양쪽 언덕에는 온갖 과일 나무가 자라며 잎이 시드는 일이 없다. 그 물이 성소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다달이 새 과일이 나와서 열매가 끊어지는 일이 없다. 그 열매는 양식이 되고 그 잎은 약이 된다.”
18. 이스라엘의 큰 명절인 초막절이 되면, 대제사장은 이 말씀을 읽고 성전으로부터 나올 커다란 강을 기대하면서 실로암 연못에 가서 황금 주전자에 물을 길러와 제단의 서쪽에 있는 깔때기를 통해 땅 속으로 물을 부었습니다. 랍비의 전설에 따르면, 예루살렘은 세상의 중심이며 성전은 그 중심점(배꼽, 가장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이었습니다. 이 일이 행해지는 명절 마지막 날에 예수님이 일어나 외치신 것입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예수님은 에제키엘을 통해 하느님이 약속하신 그 비전이 자신을 믿고 성령을 받은 교회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19. 그래서 승천하시기 전에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이것입니다.
루가 24:49, 나는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위에서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사도 1:8,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20. 이 약속이 성취된 날이 오순절입니다. 약속을 믿고 기도하며 기다린 제자들에게 성령이 부어졌습니다. 사도 2:33, “하느님께서는 이 예수를 높이 올려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약속하신 성령을 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성령을 지금 여러분이 보고 듣는 대로 우리에게 부어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좋으냐?’ 물으니, 베드로는 회개하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죄의 용서함을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38절). 왜냐하면 이 약속이 우리 하느님께서 부르신 모든 사람들에게 하신 약속이기 때문입니다(39절).
21. 우리는 이 약속이 실현되는 성령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연약한 기드온을 지도자를 세우신 성령! 온 민족과 열방을 치유하고 회복하여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하느님 나라 백성이 되는 에제키엘의 비전! 이것이 성취되는 길이 바로 예수님을 주님을 모시고 그 분이 부어주시는 성령으로 충만해 지는 것입니다.
22.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 선포를 비롯한 다섯 가지 선교 지표를 이루어가야 하는 우리 교회에 진정 필요한 것이 성령 충만 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을 붙들고 성령님을 갈망하며 성령 충만을 위해서 기도하십시오. 여러분 모두, 성령을 가득히 받아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복음공동체를 세워가는 존귀한 인생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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