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가을이 떠나기 전에 +
가을이 타 버릴 듯 붉게 익어간다
익고 타면 곧 한줌의 재만 남겠지
아쉬움에 불러보고 다시 보며
너의 빛깔 너의 향기
너를 안고 음미하며 취해본다
참 아름다워라
지구별 지금 여기
높고 위대하신 창조주를 찬양하며
더 없이 맑고 고운 하늘을 주목한다
내일 우리는
낙엽 내린 황토 오솔길을 맨발로 걷고 싶다
가을엔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가을엔 한가득 감사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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