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줄 알고 있는 착각을 벗고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성공회의 신자이고 사제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자기이해와 긍지는 알고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문제는 “내가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추고 있는가” 이다. 내 안에서 성령의 불이, 사랑의 불이 빛과 열을 내며 타오르고 있는가? 아니면 적어도 잘 닦인 거울같이 맑고 투명하여서 말씀과 성사의 사랑과 진리를 반사라도 하고 있는가?
나는 사실 겸손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수준으로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감추어둔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나는 빛없는 그리스도인이다.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겸손한 척 하는 것도 아니고 어리석은 자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가 그러할 뿐이다.
나는 아직 이론으로만, 생각으로만 주님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온전히 영으로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주님의 말씀을 맛들이지 못하고, 주님의 성사(聖事)를 삶으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다행은 요즘 내가 가진 줄 알고 있는 착각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그래도 많이 깨친 신자요 성직자인 줄 알았다. 지금은 내가 가지지 못했으면서도 가진 줄 알고 있던 가짜들을 조금씩 깨닫고 버릴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가지고 있는 것을 분별하여 지키고 조금씩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내 말을 명심하여 들어라.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 알고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하신 주님의 말씀이 내게도 어김없이 해당할 것이다. 내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그저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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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4일 감사성찬례 성서말씀
에즈 1:1-6
1 페르시아 황제 고레스 1)제일년이었다. 야훼께서는 일찍이 예레미야를 시켜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고 페르시아 황제 고레스의 마음을 움직이셨다. 그래서 고레스는 다음과 같은 칙령을 내리고 그것을 적은 칙서를 전국에 돌렸다. 1)바빌론 왕위에 오른 기원전 538년이다.
2 "페르시아 황제 고레스의 칙령이다. 하늘을 내신 하느님 야훼께서는 세상 모든 나라를 나에게 맡기셨다. 그리고 유다 나라 예루살렘에 당신의 성전을 지을 임무를 나에게 지워주셨다.
3 나는 그 하느님께서 너희 가운데 있는 당신의 모든 백성과 함께 계시기를 비는 바이다. 그 하느님은 유다 나라 예루살렘에 계시는 분이시니, 유다인으로 하여금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성전을 짓도록 하여주어라.
4 원주민들은, 여기저기 몸붙여 살다가 아직 살아 남은 유다인이 있거든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에 가져다 바치도록 자원예물도 들려 보내고 금과 은과 세간과 가축도 주어서 보내어라."
5 유다 가문 어른들, 베냐민 가문 어른들, 사제들, 레위인들은 모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야훼의 성전을 다시 세울 마음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아 길을 떠날 채비를 하게 되었다.
6 그러자 이웃 사람들은 저마다 온갖 자원예물과 금, 은, 세간, 가축 등 귀중한 것을 많이 내놓아 도와주었다.
루가 8:16-18
16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어두거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놓아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17 감추어둔 것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18 내 말을 명심하여 들어라.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 알고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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