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환경주일입니다. 1984년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환경주일예배를 드린 후, 서른여덟 번째 되는 날입니다. 특별히 강남교무구 모든 교회들이 오늘 함께 환경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어제는 ‘환경의 날’이었습니다.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열리면서 제정되었습니다.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 114개국 대표가 참가한 이 회의에서, 현재 지구환경논의의 기본헌장이 된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고 유엔 내에 환경전문기구를 설치했습니다.
사람들은 환경도 지키면서 풍요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생각하시나요?
이는 생명으로 인도해 주는 넓은 길을 찾는 것과 같은 이율배반적인 생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 좁은 문이 생명의 길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풍요와 편리함은 대부분 환경을 파괴한 결과로 얻는 것입니다. 생활이 불편하면 할수록 환경은 보전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알면서도,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기에 실천하지 않습니다.
오늘 환경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다시 한 번,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고 환경보전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녹색평론 선집에 소개되었던 글이 기억납니다. 1854년 미합중국 대통령 피어스가 파견한 백인 대표자들이 인디언 두아미쉬–수쿠아미쉬 부족에게, 인디언들이 대대로 살아온, 지금의 워싱턴 주에 해당하는 땅을 팔면,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보존지구를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그 부족의 추장인 ‘시애틀’이 한 말입니다.
“아침 햇살 앞에서 산안개가 달아나듯이, 홍인은 백인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났었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골은 신성한 것이고 그들의 무덤은 거룩한 땅이다. 그러니 이 언덕, 이 나무, 이 땅덩어리는 우리에게 신성한 것이다.
백인이 우리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백인에게는 땅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똑같다. 그들은 한밤중에 와서는 필요한 것을 빼앗아가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땅은 그들에게 형제가 아니라 적이며, 그것을 모두 정복했을 때 그들은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백인은 거리낌 없이 아버지의 무덤을 내팽개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서 땅을 빼앗고도 개의치 않는다. 아버지의 무덤과 아이들의 타고난 권리는 잊혀지고 만다. 백인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저 하늘을 마치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은 땅을 삼켜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다.”
추장의 이러한 말에 감동받은 대통령은 그들에게 준 보존지역을 추장의 이름을 따라 ‘시애틀’이라 명명했다고 합니다.
창조주 하느님을 찬양하는 시편을 묵상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경배하는 가운데 그분이 지으신 세상에 감사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피조 세계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땅을 삼켜버리고 마지막에는 사막만을 남겨 놓을 것이라 말한 시애틀 추장의 경고 앞에서, 그동안의 죄악을 부끄럽게 여기고 반성하며 회개해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잘 관리하라는 사명을 받은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기에, 지구를 파괴해온 인류의 죄악을 회개하며 피조세계를 섬기는 청지기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며 살아갈 것을 결단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로는 오늘 서신에서 이렇게 권면합니다. 로마 12:2,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사람이 되십시오. 이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삶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며 일상에서 살아내는 삶입니다.
땅을 어머니로, 아름다운 꽃을 자매로, 사슴, 말, 큰 독수리를 형제들로 생각하며,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 등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진 인디안 들의 삶이 하느님 나라 백성들이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 해 2021년은 파리기후협약의 발효에 따라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감축을 위해 실천하는 첫해입니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배출량만큼 자연이 흡수하여 탄소량이 제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각 나라에서는 저마다 목표치를 제시하며 실천 방안 목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의,식,주 기본 생활을 비롯해 교통과 에너지, 문화, 경제 등 삶의 7개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탄소 중립 캠페인 -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을 카톡으로 공유해 드렸습니다. 잠시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기후미식(Climate gourmet).
기후미식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강한 식생활을 말합니다.
식품의 생산과 운송, 보관, 폐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육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전체 탄소 배출의 약 22%를 차지합니다. 우리의 밥상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줄이고 건강을 살리는 기후 미식을 실천합시다.
채식에 참여합시다. 집에서 채식을 늘려갑시다. 교회에서 채식 중심의 공동식사를 합시다. 공공급식에서 채식을 확대해 나갑시다. 아울러 로컬 푸드를 확대합시다. 탄소배출이 적은 로컬 푸드를 이용합시다. 도시.농촌교회가 로컬 푸드 교류에 나섭시다. 지역에서 로컬 푸드 매장과 식당 운영을 확대해 나갑시다.
2. 슬로우 패션(Slow fashion).
슬로우 패션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패션 문화입니다.
옷을 생산하고 유통, 소비, 폐기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또한 합성섬유로 만든 옷은 세척과 폐기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만들어 집니다. 이제 우리의 옷장을 유행을 따르기 위한 ‘패스트 패션’ 대신 생명을 가치를 입는 ‘슬로운 패션’으로 채웁시다.
소박한 옷장을 만듭시다. 집에서 친환경적인 옷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합시다. 교회에서 안 입는 옷을 서로 바꾸는 자리를 마련합시다. 지역에서 녹색가게 운영을 확대해 갑시다. 아울러 새활용(Up-cycling)을 합시다. 집에서 수선과 리폼을 생활화 합시다. 교회에서 새활용 정보를 공유하고 안내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새활용 공방 운영을 확대해 나갑시다.
3.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미니멀 라이프란 불필요한 소비를 없애 탄소배출을 줄이는 삶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생산 구매 소비의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합니다. 또한 우리가 소비한 물건들은 언젠가는 모두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정한 필요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덜 사고 오래 사용합시다. 집에서 꼭 필요한 물건과 구매합시다. 교회에서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서로에게 나눕시다.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합시다. 아울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참여합시다. 집에서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이용합시다. 교회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회용품을 준비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제로 웨이스트 가게 운영을 확대해 나갑시다.
4. 녹색 교통(Green transport)
녹색 교통이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교통수단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도 배출합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자도 아직까지는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와 수소를 사용하기에 탄소를 배출합니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자전거와 공공교통을 이용하여 탄소배출을 줄입시다.
자전거를 이용합시다. 집에서 일상생활 가운데 자전거를 이용합시다. 교회에서 자전거 주차대와 수리함을 설치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자전거 편의시설을 확대해 갑시다. 아울러 공공교통을 이용합시다. 집에서 버스 기차 등 공공교통을 이용합시다. 교회에서 자동차 없는 날을 정하고 알립시다. 지역사회에서 공공교통 이용을 확대해 갑시다.
5. 그린 에너지(Green energy)
그린 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입니다.
오래된 냉난방기 효율을 높이고 적정한 냉난방 온도를 유지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탄소배출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스마트한 에너지 소비자인 동시에 그린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어 탄소 배출을 줄입시다.
에너지 소비를 줄입시다. 집에서 냉온열 가전제품을 적절하게 관리합시다. 교회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적정 온도를 유지합시다. 지역사회에서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알리고 활성화합시다. 아울러 햇빛발전소를 설치합시다. 가정과 일터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합시다. 교회 옥상과 주차장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에너지 협동조합 운영을 확대해 갑시다.
6. 녹색 서재 (Green library)
녹색 서재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문화생활입니다.
통신을 통해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에서도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가 발생합니다. 불필요한 데이터를 소비하는 대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시다. 또한 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저장하고,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숲을 복원하고 건강하게 가꿉시다.
영상을 끄고 책을 봅시다. 집에서 핸드폰과 티비없이 지내는 시간을 가집시다. 교회에서 도서관을 만들고 책 읽는 모임을 만듭시다. 지역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고 확대해 나갑시다. 아울러 숲을 가꿉시다. 집과 일터에서 친환경 재생용지를 사용합시다. 교회에서 정원을 만들고 숲을 가꾸는 일에 참여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숲을 만들고 가꾸는 일을 확대해 나갑시다.
7. 생명 경제 (Economy of life)
생명 경제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 제도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녹색 투자를 통해 탄소 배출이 없는 산업을 활성화시켜 탄소 경제를 생명경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생태적 가치,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사회적 경제를 확장시켜서 우리 사회의 생태적 전환의 기반을 마련합시다.
녹색 투자에 참여합시다. 집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에 투자합시다. 교회에서 자산, 기금을 녹색금융을 통해 운용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 건강한 일자리를 만듭시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합시다. 집에서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이용합시다. 교회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선교 사업에 활용합시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를 육성합시다.
이처럼 편리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 쉽게 버리고 쉽게 새로 구입하는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세계를 회복할 수 길을 함께 걷는 것이 교회가 나갈 길입니다.
‘브라더 호프’라는 기독교 공동체가 있습니다. 제법 역사도 있고 전 세계에 걸쳐 여러 군데에서 공동체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독교 종파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포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억누르기 위해, 날마다 자기를 버리는 훈련이 바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제자도입니다. 마태 16:24,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아름다운 피조 세계를 우리에게 돌보라고 맡겨주셨습니다. 주님이 주신 청지기의 사명에 순종하는 것이 생명의 길입니다.
이제 모두 탐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창조질서 회복과 보전을 위해 기도하며
실천하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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