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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식

[시] 병상의 하루 - 오상운 신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9. 21.
http://cafe.daum.net/soulfriend21/EzW3/406

성공회 포천 나눔의 집의 오상운(루시안) 신부님은 등단한 시인입니다.

얼마전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병상의 소감을 시로 표현하여 성공회 영성센터 까페에 올리셨네요.

신부님의 몸과 마음과 영의 건강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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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의 하루

 

열리지 않는 고장난 창문처럼 

내 마음 닫혀 우둔해졌나보다 

아픈 몸을 이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루 종일 누워서만 지내는 병상에서 

사라지는 노을 한참을 보다가 

때론 자유롭게 떠다니는 구름을 쫓는다 

어둠이 신음소리처럼 우울하게 다가올 때 

문득 외딴 섬에 홀로 남은 아이처럼 

외로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자잘한 일상 속 분주한 몸짓들이 그리워지고 

짧은 위로의 말에도 어느덧 눈물이 어려 온다 

하루 종일 빗소리만 들리던 날 

나로 인해 쓸쓸해하고 아파했던 사람들 

내 홀로 외면해버린 사람들 

그들의 연민어린 모습들이 보이고 

눈물로 빗물로 포옹하다가 눈을 떴다 

아픔이 던져준  

나약하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아픈 몸 다시 껴안고 살아가야 하듯 

우리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며 살아가야지  

허허로이 웃으며 나를 위로하던  

어느 병상의 하루는 참으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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