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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주님 오시는 길

by 분당교회 2014. 12. 12.

주님 오시는 길 

주님께서 오시는 길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몇 달 전에 로마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가 지나가는 길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한번이라도 그의 손을 잡아보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물며 한 인간인 성직자가 지나는 길에 그토록 환영인파가 몰렸는데 예수께서 오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엄청난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하기도 합니다만, 혹시 도스토예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처럼 예수를 체포하여 밤새 신문을 할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미 예수께서 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으면 그만이지 왜 나타나서 혼란스럽게 만드느냐고 다그치고 2000년 전에 예수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현실적인 잣대로 심판하려는 사람이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예수께서는 돌을 빵으로 만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권력도 명예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한 군중은 오히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 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2천 년 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그 어리석음과 탐욕의 드라마를 재방송하듯이 재현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여전히 예수께서 오시는 그 길은 평탄하지가 못한 것 같습니다. 역시 주님 오시는 길은 성탄 트리가 반짝이고 캐롤이 울리는 거리가 아니라 우리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탐욕과 교만과 불순종으로 주님 오시는 길을 가로막으면 여전히 주님은 고난의 길을 가실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Christ Carrying the Cross by Pieter Bruegel , 1564)


세례자 요한은 주님 오시는 그 길을 예비하러 왔습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먹는 맛있는 음식도 아니고 메뚜기와 들 꿀을 먹으며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의 옷 역시 일반적이지가 않습니다.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르고 살았다고 합니다. 따듯하고 편안한 마음을 준다기 보다는 속세를 떠나 수도에만 전념하는 풍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가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라고 외치는데 사람들은 그의 앞으로 나아옵니다. 온 유다지방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에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이 독사의 족속들아! 달쳐 올 그 징벌을 피하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라고 호통을 칩니다. 감히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지독한 도덕주의자 또는 수도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는 헤로데 왕을 꾸짖기도 하고 그의 도덕성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잘못 걸리면 된통 혼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그 앞으로 나아가 세례를 받으려고 했을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그가 온전히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 또는 하느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람으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전하는 말이 그의 생각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여겼기에 그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존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더 외칩니다.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만한 자격조차 없는 사람’임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소위 인기인들이 범하는 자기가 최고라고 하는 최면에 휩싸이지 않고 그는 겸손했던 것입니다. 교만한 사람이었다면 몸을 굽히기는커녕 고개가 뻣뻣해지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몸을 굽혀 신발 끈을 풀어 주는 생활에 익숙하다 해도 될 만한 지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허망한 일이고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분이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뒤에 오실 주연을 위해 기꺼이 조연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맡는 것에 충실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주님 오시는 길을 닦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세례자 요한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가 알려준 철저한 회개와 겸손으로 주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모든 기회는 준비된 사람들에게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그리스도를 알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그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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