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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그 날이 오면

by 분당교회 2014. 12. 1.

그 날이 오면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해방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격정적인 표현이 담긴 시로 남겼습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심훈, 그날이 오면)


지금은 역사와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 날’에 대한 희망만큼 여전히 감동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 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시대가 엄혹하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어 낼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라고 했습니다. 찬란한 봄날은 어둡고 차갑게 얼어붙은 땅 속에서 숨죽여 ‘그 날’을 기다리고 준비한 새싹들로부터 돋아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차가운 겨울 삭풍 속에서도 봄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 안에 이미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나라 역시 ‘그 날’을 꿈꾸고 희망하는 마음속에 이미 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하느님 아버지만이 아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가 언제 올는지 모르니 조심해서 항상 깨어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여기서 깨어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잠을 자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인간이 24시간 직립해서 잠을 자지 않고 살 수가 있겠습니까? 여기서 깨어 있으라고 하신 것은 영적으로 깨어있으라는 뜻일 것입니다. 

집을 지키는 문지기는 주인을 마음속에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생각과 판단의 중심에 늘 주인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집 지키는 사람으로서의 사명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자칫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자기의 맡겨진 일을 성실히 수행 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깨어있으라고 하는 말씀은 우리가 늘 하느님을 생각하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생각과 판단의 중심이 하느님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기도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깨어 있다는 것은 희망을 하느님 나라에 두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희망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집니다.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물질에만 두는 사람은 늘 물질에 대한 탐욕이 판단과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훈 작가처럼 조국의 해방에만 희망을 둔 사람과 일제의 지배체제에 희망을 둔 사람의 미래와 현실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희망이 하느님의 나라인가? 아니면 인간의 나라인가? 그것도 아니면 물질의 나라인가?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또한 윤리적 도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믿고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이웃에 대한 사랑과 양심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책임하고 무감각해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부도덕한 부의 축적과 정의를 상실한다면 우리의 머리와 입술에서 아무리 주님을 부르짖어도 그것은 위선이 될 것입니다.

주님 오시는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 영혼의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불을 밝히는 기간입니다.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비워야만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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