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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감사의 영성

by 분당교회 2014. 11. 11.

감사의 영성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는 군사 독재의 탄압으로 유럽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망명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부른 Gracias a la vida(생에 감사해)라는 노래는 경이롭기만 합니다. 원래는 비올레타 빠라(Violeta Parra)라는 사람이 작사 작곡 노래한 것인데 그 역시 투옥과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이 노래의 가사는 생에 대한 예찬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에 고난 받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악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보다는 오히려 우리 인생에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예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Mercedes Sosa - Gracias a la vida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내가 두 눈을 떴을 때 어두운 것과 밝은 것, 높은 하늘의 많은 별,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또렷하게 구별 할 수 있는 빛나는 두 눈을 주신 것에 감사해요.

내게 많은 것을 준 인생에 감사해요.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이런 소리들을 밤낮으로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신 것에 감사해요.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의 소리와 문자, 나에게 많은 것을 준 인생에 감사해요. ....(중략)

인간의 지식에서 나온 열매를 볼 때, 악에서 아주 멀리 있는 선을 볼 때, 당신의 맑은 두 눈의 깊이를 볼 때, 그것을 알고 떨리는 심장을 주신 것에 감사해요.

행운, 불행을 구별할 수 있게 한 웃음, 눈물을 준 인생에 감사해요. 웃음, 눈물로 나의 노래는 만들어졌고, 모든 이들의 노래는 모두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들의 노래는 바로 나의 노래입니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생에 감사해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새 아침을 맞을 때마다 새 생명을 주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늘의 별을 보면서,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면서도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지금 천국을 미리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주변에 인연을 맺게 해 준 가족들과 이웃들로 인해 감사하며 행복한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맛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어머니 메르데세스 소사)


역사와 인생을 바꾸는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런 감사함으로 생성되는 영적인 힘일 것 같습니다.

감사는 우리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가장 고귀한 보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행복이란 환경이나 선물처럼 밖에서 주어지는 것보다 진심으로 감사함으로서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감사하는 것 역시 무슨 조건이 주어져서 감사하는 것보다는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야말로 진실한 것입니다.

교회의 추수감사절은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에 의해서 시작된 전통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모진 고통과 역경을 겪고 나서 얻은 첫 수확을 얻고서 하느님께 경배와 찬양을 드리며 감사드리는 이야기는 우리 신앙과 영성의 매우 중요한 뿌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것은 하나의 풍습이나 전통을 따르고자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신앙과 행복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감사의 영성을 회복하고 튼튼히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감사는 하느님과 인간을 잇는 다리와 같은 것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의 은혜를 깨닫고 감사드릴 줄 알기 때문입니다. 삶이 메마르고 영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이런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감사’라는 단어가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감사할 일도 없이 살아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받은 은혜와 사랑에 대해서 감동하고 감사드릴 줄 모른다는 것이 더 커다란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혜와 사랑의 바다 속에 있으면서도 전혀 느낌이 없는 마음에는 결코 행복이 깃들 수가 없습니다.

우리 영혼의 현주소, 또는 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감사하면서 사는가를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불평이 많은 사람, 생각이 어두운 사람, 부정적인 사람은 항상 불만이 많습니다. 감사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생각이 긍정적이고 늘 감사를 드리는 사람은 충만합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충만하고, 감동받으면서 행복하고, 늘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하면서 살아갑니다.

감사는 공과 같아서 세게 튀기면 세게 돌아오고, 약하게 튀기면 약하게 돌아옵니다.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감사할 일이 자꾸 생기는 반면에 불평하는 사람에게는 불평할 일만 자꾸 생기게 됩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1월 9 추수감사절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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