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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불안 속에 평안하기

by 분당교회 2015. 6. 22.

불안 속에 평안하기

인생의 항해 중에는 평온한 날도 있지만 때로는 뜻하지 않게 폭풍과 파도와 싸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피하려 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고 비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폭풍과 파도를 많이 겪은 사람은 그것이 항해 중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압니다. 하지만 항해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당황 할 수밖에 없고 또 왜 이런 시련이 나한테 오는지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생의 항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먼 길을 가는 동안 시련의 파도를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그 파도에 맞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호수 저 편으로 가자고 하셔서 제자들은 배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마침 거센 바람이 일더니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이제 배가 침몰하는가 싶어 당황하고 겁을 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뱃고물을 베개 삼아 주무시고 계십니다. 제자들은 아마도 예수께 대단히 섭섭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돌보시지 않습니까?’ 원망이 섞인 항의를 하면서 예수를 깨웁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자고 하고서는 잠만 주무시다니...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에 분개한 것 같습니다. 


(갈릴리 바다의 풍량 속 예수 그리스도, 램브란트)


우리는 가끔 엄청난 시련이 닥칠 때 하느님이 계신가 안 계신가 의심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함께 계신다고 했는데... 정의로우신 하느님이 선량한 사람들의 고난에 왜 침묵하시는지... 악인들은 더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착한 사람들은 지지리도 못사는지... 마치 폭풍 속에서 죽을 고비를 맞고 있는데 침묵하시면서 잠만 주무시는 것 같이 여길 때가 있습니다.

유대교 랍비인 해럴드 쿠시너라는 사람은 어린 아들을 조로증이라는 특이한 병으로 잃었습니다. 3살도 안되었을 때 아들이 희귀한 병에 걸려 10년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무서운 선고를 받고는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답니다. 왜 하필이면 나인가? 신앙생활도 충실하게 했고 이웃에게 선행을 하는 것도 모범적으로 했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그리고 본인의 아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끔직한 형벌을 받게 하는가? 아들의 10년의 투병과 죽음을 겪고 나서 신앙적 성찰을 통해 그가 쓴 책이 ‘착한 당신이 운명을 이기는 힘’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재난과 사고, 질병이란 믿음의 질량, 선과 악과는 상관없이 오는 자연세계의 흐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로 하느님은 착한 사람을 좋아해서 일찍 데려간다는 식의 이야기는 전혀 위로도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상처와 절망을 안겨주기 쉽다고 합니다. 하느님은 다만 고난당하는 백성들과 함께 계시며 그 고난을 함께 겪으신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재앙과 비극 속에서 어떻게 서로 사랑하고 함께 희망을 나눌 수 있는지를 알게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어떤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고난의 파도에 맞서 어떻게 싸우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 합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시련 앞에서 대응 방식과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요한 웨슬리는 자신만만해서 미국에 전도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대서양을 건너던 배가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 직전까지 갔습니다. 모두가 혼비백산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모라비안 교인들만큼은 평온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폭풍이 지난 후 모라비안 교인들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들은 폭풍이 두렵지 않습니까?’ ‘하느님께 감사한 일입니다만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여자와 아이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웨슬리는 신대륙에 건너가 전도할 생각에만 꽉 차 있어서 그저 그려러니 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의기양양하게 도전하던 인디안 선교는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그리고서는 모라비안 교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들은 웨슬리에게 이렇게 되물었답니다. ‘하느님의 영이 당신의 영을 통하여 당신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거 하십니까?’ ‘당신은 예수 그리스도를 아십니까?’ ‘당신은 예수님이 당신을 구원하셨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알고 계십니까?’ 웨슬리는 이 질문에 어물어물 하고서는 크게 깨우쳤다고 합니다. 마치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꾸짖으신 것 같은 느낌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믿음은 우리를 불안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평화를 누리는 비결을 가르쳐 줍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21일 연중 12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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