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6일 연중 15주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마태 13:1-9, 18-23
우리를 향한 주님의 기대
1.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오늘 복음에서 보는 것처럼, 좋은 땅이라고 다 농사가 잘 되는게 아니다. 적절한 비, 일조량, 그리고 농부의 수고가 어울려 곡식이 맺어진다. 더군다나 흙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 유기농 곡식이 맺어지려면 농부의 피땀이 요구된다.
2. 우리 가정도 실천하기 힘든 일지만,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위해 애쓰는 농부들에게 감사하면서 다른 비용 지출은 줄이더라고 친환경 유기농 식단을 갖는 것은 지극히 신앙적인 일이다. 함께 애써보기를 바란다.
3. 농민을 위한 기도문이 있다. 잠시 기도하자.
“전능하신 하느님, 땅을 축복하시고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어 우리 생명과 생활에 필요한 것을 생산할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 비오니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시고 우리에게 계절에 따라 좋은 날씨를 허락하시어 풍성한 수확을 얻게 하소서. 또한 주님의 선하심을 기뻐하며 땅의 소산을 골고루 누리게 하소서.”
4. 목수셨지만 예수님은 자주 농사이야기를 비유로 하셔서 가르치셨다. 나자렛 시골마을에서 자라나신 예수님은 직접 농사를 지으시며 필요한 것들을 자급하셨을 수도 있겠다. 오늘은 “씨 뿌리는 농부의 비유”로 우리에게 하느님의 진리를 가르치신다.
5. 우리는 땅을 파서 씨앗을 심지만, 이스라엘은 농부는 왼쪽허리에 씨앗 통을 메고 오른손으로 흩뿌리며 파종했다. 그러다 보니 길바닥에도, 돌밭에도, 가시덤불이 있는 곳에도 씨앗 뿌려졌다. 당연히 그런 땅에 뿌려진 씨앗이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을 그 땅이 품어줄 때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며 마침내 한 톨의 씨앗이 30, 60, 100배의 낟알들로 열매를 맺는 것이다.
6. 나는 오늘의 이 비유 말씀을 예수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으로 해석하고 싶다. ‘하늘나라의 말씀’이라고 풀이된 씨앗이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육신으로 오신 말씀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믿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씨를 뿌리는 농부는 하느님이시다.
7. 농부가 씨를 뿌리듯, 하느님은 모든 인류를 위해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다. 요한 3:16,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주셨다.
8. 다만 예수님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가 다른 것이다. 비유는 4가지로 분류되지만, 크게는 3가지 반응이다. 예수님을 거부하는 사람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예수님을 잘 믿어 열매 맺는 사람들.
9. 거부하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뿌려진 씨앗이다.
악한 자가 그 말씀을 앗아간다. 그렇다. 워낙 악마적인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는 하느님 나라라는 새로운 삶과 충돌한다. 세상은 쾌락을 추구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거룩을 추구한다. 세상은 맘몬을 왕으로 여기고 황금만능주의 가치관이지만,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이 왕이시고 나눔과 섬김의 가치관이다. 세상은 누르고 올라가 권력으로 다스리지만, 하느님 나라는 종으로 섬기는 삶을 제시한다. 애당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제가 사탄적이다. 이 체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10.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두 부류가 나온다.
하나는 돌밭에 심어진 씨앗이다. 환란이나 박해 때문에 신앙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초대교회는 이 박해가 일상이었다. 성인들은 이 박해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며 순교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박해 때문에 신앙을 포기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래서 성경은 “끝까지 참는 사람은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하리라”고 격려한다.
11. 또 한 부류는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이다. 신앙생활을 곧 잘 하는 것 같았는데 세상 걱정과 재물의 욕심으로 도대체 열매가 맺어지지 않는다. 하느님을 믿어보려 했는데 하느님 나라의 가치로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세상의 가치관과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내면의 걱정과 근심, 욕망이 너무나 힘들다.
12. 그래서 내 욕망을 채워줄 다른 것을 더 의지하는 사람이 된다. 우상숭배자들이라 할까?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부류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느님을 믿기에 교회 생활을 성실히 하는 것 같지만, 삶에서는 맘몬을 주인으로 섬기는 그리스도인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사도 바울은 “육적인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한다. 예배도 꾸준히 참석하고 봉사도 하고 이렇게 겉으로는 나름 신앙생활을 하는 것 같기에 자기나 다른 사람들도 신앙이 좋다고 속을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열매가 없다.
13. 마지막으로 좋은 땅에 심겨진 씨앗이다.
사탄적인 세상 속에서도 예수님을 온전히 주님으로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다. 박해가 있지만 인내하는 사람이다. 욕망을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이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나는 죽고 내 안에 사는 이가 예수 그리스도’인 사람들이다. 오늘 로마서의 말씀에 따르면,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다.
14. 예수님을 믿으면 부활하신 예수님은 성령으로 내주하신다. 내주하시는 성령님은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그리스도인과 함께 계시며 진리의 삶으로 인도하여 주신다. 양심을 일깨우시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신다. 좋은 땅의 사람은 성령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뜻을 깨닫고자 묵상하고 기도한다. 주님의 뜻에 순종한다.
15. 순종하며 믿음의 길을 걸아가다 보면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로마서에서는 “생명과 평화를 누린다”(6절)고 한다. 갈라디아서에서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의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이 열매를 맺는 사람은 그 존재가 주는 선한 영향력으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는 축복의 통로가 된다.
16. 이렇게 비유를 말씀하신 주님은 9절에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라고 말씀하신다. 알아들었는가? ‘너희는 어떤 밭이냐?’는 것이다. 씨앗에는 생명력이 있어 조건이 되면 당연히 열매가 맺어지는 것인데, “이미 내가 너희에게 뿌린 그 씨앗이 열매를 맺고 있느냐?”고 물으시는 것이다.
17. 오늘 이사야 말씀을 보면서, 하느님은 그 백성들이 열매 맺는 영적인 그리스도인이 되기까지 사랑으로 돌보시고 인내하시는 주님이심을 알게 된다. 애쓰는 농부와도 같은 하느님이시다. 이사 55:11,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 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 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18. 육적 그리스도인이 300명이 있는 교회보다, 영적인 그리스도인이 30명이 있는 곳이 진짜 교회다. 주님은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기를 기대하신다. 세례 때 언약한대로 세속과 정욕과 마귀를 거절하고, 사랑의 하느님만을 신뢰하며, 주님의 말씀을 따르며 열매 맺어가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이 있는 교회가 되기를 원하신다.
19. 내주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자 말씀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생활의 최우선으로 하라. 주님 앞에 머무는 침묵과 고요의 시간을 확보하라. 깨닫게 되는 주님의 음성에 손해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꺼이 인내하며 순종하라. 평화 생명을 맛보며 누리게 될 것이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 이 세상 속에 거룩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주님의 교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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