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6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마태 25:31-46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
성공회는 교회력에 따라 예배하는 교회입니다. 교회력은 1년을 주기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가는 영적 여정입니다. 다음 주일에 시작되는 대림절기로 시작해서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삼위일체주일을 지나 연중주일을 보낸 후 오늘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로 마치는 여정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이 교회력으로는 1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오늘 개회찬양으로 국악 찬양인 ‘주께서 왕위에 오르신다.’는 성가를 불렀는데 질문을 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왕으로 즉위하시는 날이 교회력으로는 언제일까요?
승천일입니다. 부활절로부터 40일을 지나고 예수님이 승천하셨습니다. 이 사건을 오늘 서신 에페소서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1:20-21, 20 하느님께서는 그 능력을 떨치시어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려내시고 하늘 나라에 불러 올리셔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21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여러 천신들을 지배하게 하시고 또 현세와 내세의 모든 권력자들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력으로 마지막 주일이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나의 구원을 위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그리스도 주님으로 믿고 - 사순절과 부활절, 승천하시어 보내주신 성령의 능력을 받아 - 승천일과 성령강림절,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후의 연중주일에 진정 누가 나의 왕이었는지를 점검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나의 왕이 아니었다면, 다음 주일 대림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교회력의 1년에는 진정 예수님을 왕으로 섬기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인생들에게 있어 예수가 왕인 삶이 축복입니다. 왕이라 함은 다스리는 자, 최고의 권력자를 말합니다. 우리는 한국현대사의 경험 때문인지 다스린다는 말을 힘과 권력으로 누르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보여주는 왕이신 하느님의 다스리심은 전혀 반대입니다. 하느님의 다스림은 다스림의 대상이 행복한 존재가 되도록 하는 사랑의 다스림입니다. 이 사랑은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경험하는 원초적인 인간성입니다.
부모는 내 자녀가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녀에게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양육에는 하느님의 사랑과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희생과 섬김, 바로 이것이 우리를 다스리시는 왕이신 하느님의 성품입니다.
예수님이 왕이라는 고백은 권력 앞에서 복종하는 삶처럼 절대자 하느님 앞에서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왕이신 하느님을 섬김으로 하느님의 형상을 회복하며 존귀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1독서 에제키엘은 왕이신 하느님을 우리의 삶을 인도하신 참된 목자의 이미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34:15-16, 15 내가 몸소 내 양떼를 기를 것이요, 내가 몸소 내 양떼를 쉬게 하리라.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16 헤매는 것은 찾아내고 길 잃은 것은 도로 데려오리라. 상처입은 것은 싸매주고 아픈 것은 힘나도록 잘 먹여주고 기름지고 튼튼한 것은 지켜주겠다. 이렇게 나는 목자의 구실을 다하리라.
바로 이렇게 여러분의 삶을 보살피고 인도하여 주시는 분이 왕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그는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백성, 이끄시는 양떼‘입니다. 하느님만을 왕으로 섬기어 그분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존귀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그러면 오늘 복음과 서신을 통해서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에 우리가 지난 1년간 진정 하느님을 왕으로 섬기며 살아왔는지를 점검하는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하느님을 왕으로 섬기는 자는 예배자로 삽니다.
오늘 복음의 교훈입니다. 예배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믿음의 가장 위대한 표현입니다. 선교와 전도, 구원의 목적이 예배입니다. 우리가 매일 기도하는 ‘주의기도’ 첫 구절이 이렇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하느님을 받는 것, 예배가 모든 인생의 목적입니다.
우리 성공회는 전례공동체입니다. 예배공동체라는 말입니다. 전례적으로 가장 잘 구성된 “감사성찬예배”로 하느님을 예배합니다. 감사성천예배는 개회예식, 말씀의 전례, 성찬의 전례, 파견례 등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 가장 길고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파견례입니다. 공동체 지체들과 성당에 모여 말씀의 전례를 통해 주님의 음성을 듣고 성찬의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기억하며 주님과 하나가 됩니다. 이어 하느님은 우리를 세상 속에서 이웃을 섬기며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도록 파송하십니다. “나가서 주님의 복음을 전합시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그래서 우리의 일상의 삶이 예배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종말의 때에 심판하시는 예수님이 어떤 기준으로 구원하는지를 알게 합니다. 그것은 나를 살리신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 속에서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을 섬기는 사랑입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며,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헐벗은 자는 입혀주며, 감옥에 갇힌 자를 찾아가는 사랑의 삶! 일상 가운데 미슈파트와 쩨데카를 실천하는 일상의 삶입니다. 일상의 예배가 하느님 나라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구원의 문입니다.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예배자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둘째. 하느님을 왕으로 섬기는 자는 교회로 살아갑니다.
오신 서신의 교훈입니다. 에페소서는 왕이신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라고 합니다. 이어 교회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23절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교회는 예수 예수님의 몸입니다. 교회는 머리이신 예수님의 뜻을 온전하게 순종하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몸 된 교회는 예수님의 비전인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공동체입니다.
먼저 공동체로 모여 서로 사랑함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며 세상에 드러내고, 나아가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세워지고 확장되도록 하느님의 선교를 함께 수행하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인 오늘 우리 교회가 얼마나 이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 왔는지를 돌아옵니다. 성공회 선교정신 5Marks - 전도, 양육, 구제, 사회참여, 환경보호 등을 실천했는지 돌아봅니다.
특별히 오늘 서신은 이렇게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합니다. 사도 바울로는 에페소교회가 하느님 나라 선교 공동체로 우뚝 서도록 간절하게 중보합니다. 17-19, 17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스러운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영적인 지혜와 통찰력을 내려주셔서 하느님을 참으로 알게 하시고 18 또 여러분의 마음의 눈을 밝혀주셔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 여러분이 무엇을 바랄 것인지 또 성도들과 함께 여러분이 물려받을 축복이 얼마나 놀랍고 큰 것인지를 알게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19 그리고 우리 믿는 사람들 속에서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여러분에게 알게 하여주시기를 빕니다.
이 기도가 우리 공동체에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하여 우리 모두가 온전한 예배자로 살아가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교회가 되어 왕이신 하느님이 영광을 받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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