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0일 연중 5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제자로 변화되는 자리, 성찬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2019년 서울교구 표어가 “신자에서 제자로!”이죠.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표어를 사용합니다. 서울교구 신자들이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기대가 강렬하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전에 오래 섬겼던 교회의 이름이 제자교회였습니다. 제 목회의 중심 철학 또한 제자 훈련입니다. 올해는 제자훈련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협조바랍니다.
이처럼 제자라는 용어는 교회에서 애용되는 중요한 말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제자일까요?
오늘 읽은 말씀들을 통해 제자란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오늘 루가복음에 나오는 제자의 특징은 11절에 나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 갔다.”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이 왜 예수를 따라나섰을까요? 예수님의 말씀대로 했는데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히는 횡재를 했으니, 예수만 따라가면 부자 될 거라 생각해서일까요?
성 루가
물론 아니지요. ‘고기를 잡는 삶에서 사람을 낚는 삶’이라는 새로운 인생 목표를 제시하신 예수님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신뢰는 자기 배를 빌려주고 줄곧 듣게 된 예수님의 말씀이 그의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켰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복음 말씀을 통해 제자란 예수님을 신뢰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예수를 따르며 예수의 생각과 마음, 예수의 인격과 품성, 예수의 비전과 사명을 배우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이 제자입니다.
1독서에서 이사야는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는 주님의 음성에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라고 대답하며 타락한 이스라엘백성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자의 삶을 살아갔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아 세상 속으로 보냄을 받는 사람’이 제자임을 알게 됩니다.
이를 신약에서는 사도라고 합니다. 어제 복음 마르코 6장을 보면, 같은 사람을 30절에는 사도라고 하고 31절에는 제자라고 합니다. 사도란 보냄 받은 제자를 말합니다. 사도는 예수님 곁에서 예수님에게 배우는 제자의 삶이 전제됩니다.
우리도 매주일 보냄을 받습니다. “나가서 주님의 복음을 전합시다. 나가서 주님의 사랑을 나눕시다. 나가서 주님의 평화를 이룹시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하고 세상 속으로 나갑니다. 아멘하신 여러분은 모두 사도입니다.
2독서의 바울로는 자신이 전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을 고린토 교인들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란 고린도전서 15장 3절 4절에 나오는 ‘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는 것과 무덤에 묻히셨다는 것과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복음이라고 합니다. 사도 바울로는 복음을 전하는 증인이었습니다. 11절,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고 있습니다.” 제자는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임을 알게 됩니다.
성 베드로(왼쪽)와 성 바우로(오른쪽)
제자란 예수님을 신뢰하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제자란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살아내는 사람입니다.
제자란 예수의 증인, 전도자입니다.
“여러분은 제자입니까?”
아직 아니라면, 교구 표어대로 “제자로 변화되기를 원하십니까?”
저는 ‘신자에서 제자로’라는 표어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신자와 제자는 다른 건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자는 믿는 사람입니다. 기독교 신자는 예수를 믿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가 구원자이고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나를 대신해서 죽으신 예수를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고 하느님을 알아가면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기를 결단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그리스도인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를 따르고 그에게 속한 신자입니다.
이렇게 정의해보면, 신자와 제자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기독교 신자는 곧 예수의 제자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런 생각을 또 해봅니다. ‘어떻게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될 수 있게 되는 걸까? 어떻게 예수님의 제자로 변화되는 삶을 선택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는 걸가?’
이 질문으로 오늘 말씀들을 보니까, 이사야나 바울이나 베드로가 믿음으로 제자가 되는 데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만나는 경험입니다.
이사야는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 중에 거룩하신 하느님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바울로는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으러 다마스커스로 가는 도중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합니다.
베드로는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밤 새 잡지 못했던 고기를 그물이 찢어지도록 잡는 경험을 하면서 예수님에 대한 경외감에 사로잡힙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경험은 인간에게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를 알게 하고 하느님을 향한 경외감을 갖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감사성찬예배가 바로 그 자리입니다.
베드로를 변화시킨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배를 내어주고 줄곧 듣게 된 예수의 말씀이 베드로의 생각과 마음에 변화시키고 예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예수에 대한 경외감을 갖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이 복음이라고 말하는 바울로는 사도행전 7장을 보면, 스테파노가 순교하면서 설교를 하는 그 현장에서 그 복음을 듣습니다. 순교하는 스테파노의 증언이 바울로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 위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성 스테파노의 순교
하느님은 감사성찬예배에서 말씀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말씀의 전례 중, 구약, 시편, 서신, 복음 등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또 설교를 통해 선포되는 메시지를 통해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 음성에 순종할 때 내 삶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사야가 경험한 하느님의 거룩한 임재가 우리의 성찬례 중에도 일어납니다.
성찬기도를 살펴보면 두 번의 성령임재기원 기도를 드립니다. 첫 번째는 면병과 포도주에 성령이 임하여 우리를 위해서 찢기신 살, 흘리신 보혈이 되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 이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 빵과 포도주를 성령으로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를 위하여 주 예수께서 말씀하신 구원의 신비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두 번째는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는 성도들이 하늘의 축복을 누리고 예수와 하나 되어 살도록 성령의 임재를 기도합니다. “이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받는 모든 이에게 성령을 내리시어 하늘의 축복을 나누게 하시고 자신의 몸과 영혼을 하느님께 드리어 합당한 산 제물이 되며, 예수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게 하소서.”
이 기도대로 하느님은 우리의 성찬례 중에 성령으로 임재 하시어 치유하시고 회복하시며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워주십니다.
로완 윌리암스는 그의 책 Being Christian에서 성령님이 가장 강력하게 역사하시는 시간이 ‘성찬’이라고 말합니다.
로완 윌리엄스 주교님
감사성찬예배는 말씀과 성령으로 임재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고백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주님의 생각과 마음으로 변화되고 주님의 사랑을 충만해져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나누며 평화를 이루어가는 사도로 살게 하는 거룩한 신비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4장에서 하느님께 예배하는 사람은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드려야 한다”고, 하느님은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드리는 사람을 찾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배를 통해 신앙이 발생하고, 예배를 통해 제자로 변화되는 하느님의 신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감사성찬예배를 사모하고 전심으로 예배드리시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 모든 예배 가운데 하느님의 임재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예배 중에 임재하시는 하느님을 만나 주님을 믿게 되고, 세상에 나가 제자로 살아가는 신자들이 더해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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