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9일 성미카엘 모든천사 축일
대한성공회설립기념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오늘은 교회력으로 성 미카엘과 천사들 최고 축일이고 또한 대한성공회 설립기념일입니다. 이 두 가지가 다 중요하기에 각각의 의미를 나누고자 합니다.
Ⅰ
여러분은 천사들의 존재를 믿으시는지요? 성경을 보면 하느님을 섬기는 천사들이 있고 그 천사마다 역할이 있으며 그 천사들의 대장이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성시 시편에 천사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21절 “그의 모든 군대들아”는 오늘 2독서 묵시록에 나오는 천사 미카엘과 그의 부하 천사들인 천군들을 말합니다. 여기서 미카엘은 천군의 대장으로 등장합니다. 성경을 보면 미카엘과 같은 천사장들이 있습니다. 가브리엘 – 성모마리아 수태고지 같은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장입니다. 라파엘 - 치료하는 천사장입니다. 루시엘 – 흔히 사탄 루시퍼가 타락하기 전, 찬양 대장으로 있을 때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교회가 천사들을 기억하며 축일 예배를 드린 전통은 4세기 동방교회에서 시작되어 5세기 무렵 서방교회로 전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미카엘을 기념하며 예배했는데 점차 모든 천사들을 기념하는 축일로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성미카엘과 모든 천사 축일을 지키는 의미를 3 가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하느님께서는 이 땅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뜻을 전하시며 하느님의 구원사역을 계속하고 계시는 겁니다. 특별히 하느님이 자기 백성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데 천사들을 사용하십니다.
시편 91:11-12, 11 주께서 너를 두고 천사들을 명하여 너 가는 길마다 지키게 하셨으니, 12 행여 너 돌 뿌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고 가리라.
둘째 딸 다은이가 기어 다닐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2층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다음 계단에 살포시 앉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안아서 앉히는 것 같았습니다. “행여 너 돌부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고 가리라.”
둘째 천사들은 구체적으로 마귀로부터의 공격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지키고 교회를 지키는 영적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묵시록에서 미카엘과 그의 부하 천사들이 영전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천사들이 수행하는 영적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을 경외함입니다.
시편 34:7, 야훼의 천사가 그를 경외하는 자들 둘레에 진을 치고 그들을 구해 주셨다.
성수축복문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전능하시고 영화로우신 하느님, 주께서는 당신을 거역하는 마귀들의 힘을 막으시며 사악한 세력을 다스리시나이다. 주님께 간절히 비오니, 이 물을 축복하시어 거룩하게 하소서. 또한 이 성수를 뿌리는 곳마다 부정하고 악한 영들의 위협을 물리치시고 우리를 정결케 하시어 항상 성령의 능력 안에 머물게 하소서.”
이런 이해에 따라서 성공회는 여러 가지 축복예배 때 성수를 사용합니다. 성수를 뿌리며 기도하는 예식문이 이렇습니다.
가옥축복 - 주님의 천사들을 명하여 여기 머물러 보호하게 하소서.
차량축복 - 위급한 순간에는 주께서 친히 천사를 보내시어 지켜주소서.
가정축복 - 이 가정을 축복하시고 주님의 천사들을 명하여 지켜주시며
셋째,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의 사랑을 행할 때 천사 같다고 합니다. 그들의 인격과 삶을 통하여 천사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세상 속에서 천사와 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흘러 보내야 합니다.
하여, 우리 모두는 세상에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가브리엘로, 세상을 향해 하느님의 능력을 증거하는 ‘미카엘’로, 불의한 세상의 질서를 온전히 회복하실 분이 하느님뿐이라는 사실을 삶으로 고백하는 ‘라파엘’로 살아가며 우리의 이웃이 하느님과 만나도록 섬겨야 합니다.
성미카엘과 모든 천사 축일을 통해, 하느님이 얼마나 자기 백성을 사랑하시는지, 또한 이 세상이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는 일에 우리를 도구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님! 언제나 우리에게 천군 천사를 보내시어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가 이 세상에서 당신의 현존을 온전히 전하는 도구되게 하소서.”
Ⅱ
이제 우리 성공회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질문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성공회의 교인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또 하느님이 굳이 성공회를 이 땅에 세우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특징을 다원화되는 사회라고 합니다.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요구되는 것은 개인의 주체성입니다. 다양성 속에서 휩쓸려가는 개체가 아닌, 다양성 속에서 나를 지키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가는 자기 정체성이 중요합니다.
기독교의 각 교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천주교 - 성모마리아 성상, 고해성사 / 동방정교회 – 이콘, 예수기도 / 장로교회 - 장로들의 치리, 요즘은 세습의 대명사 명성교회? / 침례교회 - 드라마틱한 침례식 / 오순절 – 방언, 신유, 등 / 그렇다면 성공회는?
성공회(聖公會, Anglican Church, Episcopal Church)는 전 세계 170여 개국에 39개의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지역 성공회 교회(관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자는 약 1억 명 정도인 기독교 교회입니다. 관구 :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지역 성공회 / 교구 - 전도구 - 선교교회 / 관구의회 - 교구의회 - 교회위원회
성공회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기 175년경 이미 영국에 교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알반이 순교했다는 역사적 기록입니다. 따라서 성공회의 기원은 초대교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4세기 니니안의 선교, 6세기 콜롬바의 선교 이후, 성공회는 6세기에 로마교회와 병합되어 발전을 거듭해 오다가 16세기에 대전환을 맞이합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파장이 영국에도 큰 영향을 주어 결국 루터교, 장로교의 탄생과 더불어 영국은 3대 종교개혁의 온상이 됩니다. 바로 이 개혁의 과정 속에서 성공회는 몇 가지 중요한 신앙적 특성을 형성했습니다.
성서와 함께 하는 신앙
모든 교파가 성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공회는 일찍부터 누구나 성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이미 14세기에 라틴어 성서를 영어로 번역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16, 17세기에는 영어 성서를 번역하는 빛나는 기록을 낳았습니다. (이 성경의 이름 ? King James Version<흠정역 성서>)
중용(中庸, Via Media)의 신앙
구교와 신교 사이의 극단적인 것을 지양하고 서로의 장점을 포용하려는 전통입니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세계교회 일치운동(에큐메니칼 운동)에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WCC 창립의 주도자 : 윌리암 템플 주교
초대교회의 신앙
성공회는 최초의 교회분열인 동서교회(로마교회와 정교회, 1054년)의 분열 이전의 초대교회의 신앙을 지킵니다. 성공회는 공적인 신앙고백으로 교회분열 이전의 모든 교회가 같이 고백한 사도신경과 니케아신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대교회의 예배형태인 말씀과 성만찬이 하나로 어울린 성찬례를 통하여 하느님을 예배합니다. 또한 역사적인 주교직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성공회는 성서에 근거하고, 전통을 존중하며 학문과 이성에 의해 재해석되는 공번되고(가톨릭적이고) 사도적인 신앙을 지켜왔으며 지금도 이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대한성공회도 세계성공회와 같은 신앙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구 홈페이지 대한성공회 소개의 글을 인용하면, ‘개혁하는 보편교회(Reforming Catholic Church)로서 개신교 천주교 정교회를 존중합니다.’ ‘성공회는 성서를 최고의 권위로 삼되 전통과 이성을 존중합니다.’ ‘성공회는 독선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고 중용의 길을 걸어갑니다.’ ‘성공회는 획일화나 분열이 아닌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며 민주적인 합의를 존중합니다.’ 등
대한성공회는 1889년 11월 1일, 조선교구 설립을 목적으로 Charles John Corfe 신부님이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켄터베리 대주교로부터 조선성교회 주교 서품을 받는 것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존 코프 주교님의 한국 이름이 교요한입니다. 고요한 주교님은 주교서품을 받은 후에 한국 선교를 위하여 동역자들을 모집하고 1890년 9월 29일(129년 전 오늘) 인천항에 도착하여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 지방에 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개화기에 신교육을 보급하기 위하여 각지에 신명학교를 설립하고 인천, 여주, 진천 등지에 병원을 설립하였으며, 수원과 안중에는 보육원을 개설하였습니다.
대한성공회는 선교초기부터 한국문화의 토양 깊이 뿌리를 내린 교회가 되고자 토착화에 힘썼습니다. 선교사들의 한국학 연구는 괄목할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토착화에 바탕을 두고 한국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들이 지금도 강화읍, 강화 온수리, 진천, 청주 등에 남아 있습니다. 1923년경부터는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도 선교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었습니다.
1914년에는 성직자 양성을 위한 성미가엘신학원(현 성공회대학교), 1925년에는 수도자를 위한 성가(聖架)수녀회가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교회 개척에 힘을 쏟았고, 초기 선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정신지체장애교육기관인 성베드로학교, 나눔의집 등을 설립하였고 성직자양성기관인 성미카엘 신학원이 성공회대학교라는 종합대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한국인이 처음으로 주교가 된 것은 해방된 지 20년이 흐른 후였습니다. 1965년 이천환 주교가 서품을 받고, 조선교구는 서울교구와 대전교구로 발전적 분할을 하면서 관구로 독립하였습니다. 다시 1974년에 대전교구는 대전교구와 부산교구로 분할되어 대한성공회는 현재의 3교구 체제가 되었습니다. 현재 대한성공회는 서울교구 74개 교회, 대전교구 40개 교회, 부산교구 21개 교회, 약 2만 여명의 신자가 있습니다.
요즘 여러 가지 문제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개신교들의 모습 보며 하느님이 이 땅에 성공회를 존재케 하신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교회에 실망하고 교회다운 교회를 찾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대안이 되고 희망이 되는 교회로 성공회를 존재하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 모두는 우리 대한성공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일에 헌신해야 합니다.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길은 대한성공회가 성공회선교정신 5Marks에 따라서 선교하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1)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2) 새신자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양육하기 (3)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기 (4) 불의한 사회를 변혁하며, 모든 폭력에 도전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노력하기(5)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기
신자 개개인이 복음 위해 견고히 서서,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 경험하는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드러내며, 하느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주님의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세상의 빛!”
이러한 하느님 선교의 주체는 바로 ‘나’입니다. 대한성공회가 이 시대 빛과 소금이 되어 주님이 기뻐하시는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는 일에, 여러분 각자가 오늘 1독서의 이사야처럼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나이다. 저를 보내소서! 저를 써주소서!!”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화의 사도 공동체 (2) | 2019.10.13 |
---|---|
연중 27주일, 설교 묵상 (0) | 2019.10.06 |
주님이 기뻐하시는 회개! (0) | 2019.09.22 |
이 시대, 고엘이 되는 교회로! (0) | 2019.09.15 |
여성선교주일 (0) | 2019.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