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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우리가 전할 복음?!

by 분당교회 2020. 1. 26.

2020년 1월 26일
연중 3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성공회 분당교회 관할사제)

 

설 명절 잘 보내고 계시나요? 오늘, 설 연휴 관계로 육의 양식인 애찬이 없지만 감사성찬예배를 통해서 충만한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가 혼돈에 빠져 있는데, 속히 바이러스가 차단되고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단식기도를 드리시며 사탄의 유혹을 이기신 예수님이, 세례 요한이 잡힌 후 전도활동을 시작하시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갈릴래아 전도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전도하면 어떤 단어,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시는지요? 전도에 관련된 여러 용어들이 있습니다. 축호전도, 노방전도, 전도여행, 새생명축제, 사영리, 전도폭발훈련. 고구마 전도, 진돗개 전도, 전도왕 등. 또 교회들은 이런 표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전도하자!” 

 

제가 수원교회, 제자교회 20년 동안 남부교무구에 있었는데, 남부교무구는 전도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교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교회들이 많이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섬기던 제자교회도 여러 가지 전도 활동을 했습니다. 여선교회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부침개 전도’를 했는데요. 오전 일찍 성당에 모여 반죽을 하고, 여러 비품들을 싣고 나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세팅하고, 부침개를 부쳐 전도지, 전도용품과 나눠 주는 활동입니다.   부활절과 추수감사주일 애찬 후에는 ‘아웃 리치’라 하여. 전 교우들을 몇 개 조로 편성해 병점역, 세마대역, 인근 공원 등에 가서 찬양하고 부침개 전도를 했었습니다. 워낙 성공회를 잘 몰라 알리는 의미도 있었지만, “예수 그리스도 행복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인쇄된 전도지와 전도용품 등을 나눴구요. 실제 그걸 보고 성공회로 찾아온 신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격년으로 ‘전도여행’을 갔습니다. 주로 부산교구 작은 교회들을 방문했는데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2박 3일이나, 3박 4일 형제교회들을 방문해서 교회 인근 거리와 집들을 다니면서 전도지와 전도용품(부채난 물휴지)를 나눠주고, 성당대청소도 하고, 그곳 교우들과 함께 기도하며 주일예배 때는 특송과 워십을 드렸습니다. 여름성경학교를 한 적도 있구요. 지금도 제자교회는 전도여행과 아웃 리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17절에 “예수께서는 전도를 시작하시며”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과연, 전도란 무엇일까요? 오늘 2독서 고전 1장 17절에서 사도 바울로는 자신은 “복음을 전하라고 보냄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전도란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이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에 따라 전도 활동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흔히 개신교에서는 전도를 “영혼 구원”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신약은 사람이 영혼육으로 이루어졌다고 이해하는데, 여기서 영은 하느님과 관계하는 인격입니다. 죄로 인해 하느님과 관계가 단절된 사람을 ‘영혼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으면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됩니다. 영혼이 살아난 것입니다. 이를 ‘거듭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신자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을 ‘영혼구원’이라고 말하고 이를 위한 활동을 전도라고 하여,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됩니다. 

 

이런 활동에서 이해하는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특별히 십자가가 강조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는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누구든지 그를 믿으면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구원의 이름입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복음입니다. 믿습니까? 그래서 성공회는 성찬기도 중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신앙의 신비를 선포합시다. 그리스도는 죽으셨고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그리스도는 다시 오십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예수님에 대한 고백이 예수님 자신이 선포하신 복음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복음을 무엇이라고 선포하셨을까요? 오늘 복음 17절에 힌트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전도를 시작하시며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전개하신 전도의 내용이 무엇이라고요? “하늘나라가 다가왔다.”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마태복음에 나타난 ‘하늘나라’라는 표현에서 하늘을 공간개념으로 이해하고 하늘에 있는 나라로 착각해 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교적인 내세관 극락왕생과 연결되면서, 죽어서 가는  천당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복음이 “예수 믿고 죽어 천당 가는 것”로만 이해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도를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으로만 강조하게 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땅의 문제, 세상의 문제에 무관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성과 속을 구분하는 이원론이 교회 안에 팽배하게 되어 기독교 신앙이 개인주의적, 내세지향적 신앙으로 왜곡되었습니다. 

 

그런데 마르코와 루가복음서를 보면,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는 표현이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마르코 복음을 보면 이렇습니다. 1:14-15, 14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래아에 오셔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시며 15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하셨다.

 

마태오복음은 마르코복음을 자료로 해서 기록된 복음서입니다. “하늘나라”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가 원래 용어입니다. 마태오 복음 공동체가 유대교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계명에 따라 ‘하느님’을 ‘하늘’로 바꿔서 기록한 것입니다. 

 

예수가 선포한 복음은 “회개하라. 하느님 나라가 다가 왔다”입니다. Kingdom of Heaven이 아닙니다. Kingdom of God!입니다. 하느님 나라란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상태나 영역을 말합니다. 구약에 하느님 나라라는 용어가 나오지 않지만, “하느님이 왕이시다, 하느님이 통치하신다.”는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하느님 나라는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사상인 것입니다. 

 

사랑의 하느님이 왕이 되어 통치하시면, 공평과 정의가 이루어져 샬롬이 넘치는 나라가 됩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신 목적, 이스라엘을 세우신 목적, 그들에게 계명을 주신 이유, 수많은 예언자들의 선포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통해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고 예수 공동체인 교회를 통해서 그 나라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복음을 예수님이 선포하신대로, 하느님 나라로 바르게 이해하면 전도활동의 내용과 폭이 달라집니다. 올바른 실천이 나타납니다. 구원은 단지 개인 영혼 구원을 넘어서서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피조세계의 회복으로 연결됩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일터와 가정이 바로 공평과 정의로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야 하는 선교현장이 됩니다. 전도는 한 인격을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초대하는 활동이 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 백성들이 모여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고 배워가는 공동체가 됩니다. 

 

그래서 제자교회에서는 영혼 구원을 위한 전도활동 외에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 거리예배,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도보 순례와 피케팅, 시민강좌 등  공평과 정의를 위한 활동도 전개했습니다. 

 

 

 

오늘 복음 23절에 예수님이 전개하신 전도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께서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예수님은 가르치셨습니다. 구약부터 나타나는 하느님의 비전인 하느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깨우쳐 주신 겁니다. 하늘나라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로마 황제와 그 식민지 권력 헤로데가 통치하는 제국의 질서 한 가운데서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 것인지, 세상에 순응하며 노예처럼 살 것인지 결단을 촉구하셨습니다. 치유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려면 그 인격과 삶이 온전해져야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면 치유와 회복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처럼 온전한 인격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예수님은 영혼을 살리고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전도가 계속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성공회 선교정신 첫 번째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합니다.”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이 말씀은 2020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여러분에게도 하시는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갔다”고 합니다. “곧 배를 버리고 아버지를 떠나 예수님을 따라 갔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 제자들처럼, “곧... 버리며” 주님만을 따라가는 결단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여 여러분 모두가 영혼을 살리고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전도자로 살아가는 2020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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