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에 대한 오해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1월 10일 연중 32주일 설교 말씀)
꽤 오래 된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풍수지리학자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평소에 풍수지리라면 질색을 하면서 막상 명당자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불교신자들보다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까닭은 부활사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화장을 하는 것이 권장되는 반면에 일부 기독교 목회자들이나 신자들은 죽은 후에 땅에 묻혀 있어야 후에 심판날에 무덤문을 열고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구약의 에제키엘이 환상 속에서 보았듯이 마른 뼈들이 일어나고 살이 붙고 힘줄이 생겨 다시 살아나는 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부활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에제키엘의 환상을 통해 나타난 계시이지 현실은 아닙니다. 즉,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 와서 고통받는 백성들이 다시 희망과 용기와믿음으로 새생명을 얻는다는 메시지입니다. 하느님께 죄를 지어 패망의 역사를 겪은 백성들이 다시금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으로 회복 된다는 약속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죽은 사람을 반드시 매장을 해야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부활사상을 왜곡시키거나 ‘환생’을 부활로 착각하는 무지의 소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 에제키엘, 미켈란젤로)
가끔 죽은 사람의 시신을 방안에 모셔놓고 몇 달을 지냈느니... 그래서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해서 했느니 하는 사건들 이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도 무지와 맹신의 경향 속에서 나오는 일입니다. 20여 년 전 성수대교가 붕괴되어 어린 여학생들이 죽는 참사를 겪었는데 당시 영안실에서 작은 소동이 있어났습니다. 졸지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찢어지는 가슴을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화장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출석하는 개척교회 목사가 나타나서는 절대적으로 화장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부활날에 무덤문을 열고부활해야하는데 화장을 하면 어떻게 부활하느냐는 식으로 우겨댔습니다. 자식 잃은 슬픔에 한가지 고민을 더하게 되는 씁쓸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입니다.
유한하고 죄많은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유한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한다면 또 다시 죄짓고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아닐까요? 이것은 환생이지 부활이 아닙니다. 만일 그렇다면 굶 주린 사자에게 먹힌 순교자들, 화형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신체 또는 정신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가족들과 함께 고생한 사람은 또 어쩌란말입니까?평생을 가난과 고독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 고스란히 그 상태로 부활한다면 얼마나 절망적이겠습니까?
부활을 믿지 않고 현세적인 부귀영화를 추구했던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부활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관습에 따라 한사람의 여인을 아내로 삼아 일곱형제가 차례로 함께 살았다면 나중에 부활때 그여자는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고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가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저세상에서 살자격을 얻은 사람들은 장가드는일도 없고 시집가는 일도 없다. 그들은 천사들과 같아서 죽는 일도 없다.”
우리는 죽음을 끝이 아니라 새 생명으로 옮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이세상의 삶의 형태가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부활은 글자 그대로 새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살아있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앞에서 죽은사람이냐 아니면 산 사람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죽은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떠나간 사람입니다. 신앙적으로 볼 때 육신의 목숨이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과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반면에 살아있는 사람이란 하느님에게로 돌아 온 사람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과연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가를 성찰해 보는 계절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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