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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전쟁과 박해 그리고 증언

by 푸드라이터 2013. 11. 18.

전쟁과 박해 그리고 증언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1월 17일 연중 33주일 설교 말씀)


서기 66년. 그러니까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신 후 33년이 지난 유대인들은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70년까지 5년 동안 로마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유대인들은 여지없이 패배했고 예루살렘 성전은 남김없이 파괴되었습니다. 이 때 결사항전을 벌였던 마사다 요새에서의 전투는 그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고 유대인들의 독립의지가 얼마나 강했던가를 보여줍니다.

마사다는 높이 450미터의 원통형의 고지로서 천연적인 요새입니다. 정상에는 평지가 있는데 헤롯왕이 여기에 궁전을 지었습니다. 항상 피해망상에 걸린 것처럼 의심이 많았던 헤롯은 왕위를 노리는 찬탈자들이 염려가 되었고 유사시에는 피신할 수 있는 요새궁전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저수장과 곡식창고도 만들고 둘레 1,300미터의 성벽까지 쌓았습니다. 정작 그가 그 궁전을 사용할 일은 없었고 헤롯이 죽은 지 70년이 지난 후에 유대 전쟁에서 960명이 3년 동안 결사항전을 벌였습니다. 로마 군대는 포위 공격을 했으나 함락시키지 못하고 3년을 끌게 되었는데 마침내 그 원통형의 요새에 진입하기 위한 인공 언덕을 쌓았습니다. 이제 그 언덕을 다 완성하고 치열한 전투와 저항이 계속되었는데 어느 날 새벽 마사다를 공격한 로마군은 놀랍게도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았습니다. 로마군이 성벽을 무너뜨리고 마사다 안으로 진격했을 때 그곳에는 무서운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이스라엘 남쪽 유대 사막 동쪽에 우뚝솟은 거대한 바위절벽인 마사다 요새)


로마 군대가 마사다 성벽을 부수기 시작한 날 밤, 유대인 지도자 벤 야일은 960명의 동지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연설을 했습니다. 비굴한 항복이냐, 로마인의 칼에 의한 죽음이냐, 지도자 벤 야일은 제3의 선택을 제시했습니다. 자유인으로서 죽음을 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그들은 모든 소유물을 한데 모아 불살랐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가족 중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끊게 했습니다. 남자들만 남았는데 열 사람을 뽑아 나머지 남자들을 죽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비를 뽑아 한 사람을 골라 그가 다른 아홉 명을 죽인 뒤 칼에 엎드려 자결했다는 것입니다.

루가 복음은 이런 유대인들의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경험하고 기록된 성서입니다. 그래서 전쟁과 박해의 현실에 대해서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복음의 증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사도 바울은 회당 법정에서 서른아홉 대의 매를 다섯 차례나 맞았고, 왕과 총독들 앞에서 심문을 받았습니다. 그와 다른 교인들도 감옥에 갇혀 고초를 당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셴키예비치의 쿼바디스는 이러한 박해의 상황과 신도들의 처절한 순교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박해의 재판정에서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면 아마도 그런 박해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부활하셨다는 사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것을 증언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신앙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신앙으로 내 마음이 평안을 얻는다든가, 축복으로 건강과 재산과 명예를 얻게 된다든가, 문제가 해결이 된다든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박해의 순간에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안락과 소유를 위한 신앙이라면 쉽게 등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고 더 많은 것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 달려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초대 교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박해의 고난을 참고 견디고 이겨냈습니다.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겠지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들은 죽음보다 생명의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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