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두 번의 유혹

by 분당교회 2015. 2. 22.

성서에는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결정짓는 ‘유혹’이 두 번 등장합니다. 하나는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광야에서 수행하실 때 사탄에게 받은 유혹입니다. 구약에서 인류 생활의 첫 시작이 유혹에 빠져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신약에서 새사람이 유혹을 물리치고 하느님 나라를 시작한 것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받은 유혹은 인간이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뱀이 하와를 꼬일 때 절대로 죽지않는다고 하면서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뱀이 하와를 설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아담과 하와의 마음속에서는 그것을 따 먹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스러워 따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왜 따 먹었느냐고 문책하시는 하느님에게 핑계를 댑니다. 남자는 여자의 탓으로 돌리고 여자는 뱀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결국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인간은 대대로 고통을 당하며 살아야 되는 운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고,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게 되리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오히려 흙이고 먼지임을 깨달아야 됨을 창세기는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또 다른 유혹 속에 빠져서 이 변할 수 없는 진리를 외면하거나 잊어버리고 맙니다. 바로 물질과 권력과 명예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서 진리와 생명과 영성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생령과 말씀 속에서 감사하며 살아야 하지만 물질과 권세와 명예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혀 영원한 생명을 잃게 된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유혹 / 바틴칸 궁)


새 사람 예수께서는 이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겪은 유혹보다도 훨씬 치열한 상황입니다.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하셨으니 얼마나 목마르고 배고픈 상황이었겠습니까? 또한 들짐승과 함께 계셨다고 하니 얼마나 외롭고 두려운 상황이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돌을 빵으로 만들 수 있으니 만들어 보라는 유혹은 가혹한 고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권세와 명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께서 이 때 돌을 빵으로 만들었다면 인류는 굶주리는 사람도 없고 이로 인한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이 때 권세를 쥐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었다면 인류는 평화롭게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중 ‘대심문관의 전설 중’)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를 거절하심으로서 인간의 자유와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물질과 권세로 만드는 나라는 하느님이 주인 되는 나라일 수 없습니다. 인간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물질로 사육되는 동물이 아니라 영혼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기쁨이 없는 평화는 평화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물질과 제도 그리고 권세에는 반드시 영적인 차원의 가르침이 존재해야 합니다. 영혼 없는 경제, 진리 없는 제도는 또 다른 지배와 종속을 낳게 됩니다. 아니 하느님 대신 물질을 숭배하는 나라를 만들게 됩니다. 물질에 대한 신앙이야말로 이 시대에 우리에게 다가온 사탄이 속삭이는 유혹의 본질입니다. 그 유혹에 번번이 넘어가면서 극단적인 배금주의와 끝없는 경쟁사회를 만들어 냈고, 그 결과 우리는 죄 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바울은 ‘하느님 나라는 먹고 마시는 나라가 아니라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이라고 말합니다.(로마14:17) 지금 경제 살리기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숙제로 눈앞에 있습니다만, 진정한 경제 살리기는 영혼의 회복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영혼 없는 경제 발전이 만들어 낸 것이 불평등과 실업과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은 과연 유혹자의 탓일까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께서 보여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유혹을 거절하시면서 진정한 승리를 얻으셨고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셨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앙 수련을 하는 이 사순절은 유혹을 거절하며 승리하는 절기이며 우리 각자 안에 있는 하느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기간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2월 22일 사순 1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전의 도덕성  (0) 2015.03.16
자기 십자가  (0) 2015.03.07
나병환자의 애원  (0) 2015.02.17
사람을 찾는 예수님  (0) 2015.02.13
세상의 빛  (0) 2015.02.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