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8일 설교말씀
김장환 엘리야 신부
달리다쿰
송주한 어거스틴 형제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지난 두 주간 “환우들을 위한 릴레이 금식기도”를 해왔습니다. 어거스틴 형제만이 아니라, 암 투병 중이신 교우들, 몸과 마음의 질병과 연약함으로 힘들어 하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치유하시는 은총이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어거스틴 형제는 뇌의 부종이 빠지는 과정이어서 회복에 시간이 좀 걸리나 봅니다. 그레고리님과 모니카님은 지난 한 주간 집에 머무르시다, 어제 병원 가까이에 있는 레지던스로 가셨습니다. 그곳에 두 주 정도 머무시고 다시 집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두 이야기가 겹쳐 나옵니다. 모두 치유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복음 앞에 보면, 예수님이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 게라사라는 지방에 가셔서 마귀 들린 사람을 자유하게 하는 축마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치유 받은 사람은 데카폴리스 지방을 두루 다니며 자기를 구원하여 주신 예수님을 널리 알렸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예수님의 소문이 갈릴래아 호수 인근 마을에 널리 퍼졌나 봅니다. 예수님이 다시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오시자 많은 사람들이 예수에게 몰려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회장당 야이로입니다. 회당장은 마을에서 율법을 가르치고 재판을 주관하며 예배를 인도하는 존경받는 유대교의 지도자입니다. 이런 사람이 나자렛 출신 시골뜨기 청년 예수를 찾아온 것입니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왔는지 예수님을 보자마자 “그 발 앞에 엎드렸다”고 합니다. 발 앞에 엎드렸다는 것은 예수님만을 의지하고 경배하는 예배자의 자세입니다. 오늘 우리도 간절한 마음과 감사함으로 주님 발 앞에 엎드려 예배합니다.
회당장은 예수님께 호소합니다. 23절,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를 따라 나서시었습니다.’ 예수님이 회당장을 따라 가시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여들었는지 예수를 둘러싸고 밀어대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군중 속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합니다.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증으로 앓고 있는 여인입니다.
유다교 율법은, 여자가 피를 흘리면 부정한 사람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체의 사회관계가 단절됩니다. 이 여인은 12동안이나 하혈이 계속되었습니다. 아마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을 것이고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졌을 것입니다. 성전에 가서 하느님께 예배도 드릴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께도 버림받은 삶을 견뎌왔을 것입니다.
여인은 자기 삶에 대한 의지만은 강했던 것 같습니다. 12년 동안 하혈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여러 의사들을 다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병은 치유되지 않고 가산만 탕진했습니다. 그 마음에 얼마나 절망이 깊었을까요? 하느님 향한 원망은 얼마가 컸을까요?
이렇게 절망과 원망 가운데 살아가던 여인에게 기쁜 소식 – 복음이 들렸습니다. 예수가 자기 마을에 오셨다는 소식입니다. 예수의 소문을 들은 여인은 ‘예수의 옷에 손만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었을 것입니다.
피를 흘리는 부정한 여자는 사람들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율법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인파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 마침내 자기의 생각대로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습니다.
여자는 그 즉시 출혈이 멈추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수님도 자기 몸에서 기적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아셨습니다. 예수님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냐”고 묻습니다. 예수의 옷에 손을 댄 사람이 그 여인만이겠습니까? 사람들이 에워싸고 밀쳐대며 걸어가는 중이니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옷에 손을 댔을 겁니다.
회당장의 집으로 가던 예수의 행렬은 멈추었습니다. 여인은 예수 앞에 나와 두려움 가운데 떨려 이실직고 합니다. 피를 흘리는 중에는 사람들에게 나오는 것이 율법을 어기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였기에 두려워하며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그런 여인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34절,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거라."
이렇게 지체 되는 동안 야이로의 마음은 애가 탔을 것입니다. ‘빨리 집에 가서 고쳐주시지 않고 왜 이리 지체하실까?’ 그 때 회당장 집에서 사람들이 왔습니다. 딸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이 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합니다. 예수님은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십니다. 36절,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예수님이 회당장 집에 도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죽은 회당장의 딸 앞에서 울고 있습니다. 이들을 향해 예수님은 “그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는 것이다.” 말씀하시고 사람들을 다 내보내셨습니다. 딸이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가신 예수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한 마디 하십니다. “달리타 쿰” “소녀야, 어서 일어나라.” 예수님의 이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소녀는 일어나 걸었습니다.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병을 고치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셨습니다. 자연까지도 다스리시며,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하느님의 나라를 시작하셨습니다. 우리 인생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물로 주시고자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생명의 주관자이심으로 확증하셨습니다. 주님은 자신이 다시 와서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할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알리고자 기록된 복음서입니다. 오늘 복음의 스토리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하혈증 같은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살지 않는 나라, 12살 어린 딸이 죽게 되는 비극이 없는 나라’,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것이니,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릴 것을 격려하기 위해 기록된 것입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다시 살아나는 아야기는 주님의 재림으로 일어날 종말 사건과 오버랩 됩니다. 기독교의 죽음에 대한 이해는 자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주님 품 안에서 안식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는 부활을 맞이하게 됩니다. 주님의 재림으로 생명과 평화가 가득한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것입니다. 주님의 초림으로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는 주님의 다시 오심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지금 여기서 믿음으로 구할 때 우리에게도 임할 것입니다. 하혈증으로 고통 받는 여인을 온전하게 회복시키신 예수님은 지금도 그 구원의 일을 행하시는 살아계신 하느님이십니다. 야이로의 딸의 손을 잡고 일으키신 예수님은 지금도 절망과 죽음의 그늘에 있는 인생들에게 찾아가시어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십니다.
오늘 복음은 이 믿음을 도전합니다. “예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나으리라”는 생각으로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예수님 앞에 나오는 여인의 믿음으로 도전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일지라도 절망하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어거스틴 형제의 동생 클라라는 대성당 매일아침미사에 참여하고 출근한다고 합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마음입니다. 우리도 이 마음으로 릴레이 금식기도 해 왔습니다. 그 마음으로 계속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질병과 환란으로 힘들어 하는 모든 이들을 주님께 올려 드릴 것입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이 그 모든 이들을 찾아가시어 손을 잡아 주시고 말씀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 어서 오시어 말씀하십시오.
“탈리다 쿰, 소녀야 어서 일어나라!”
“어거스틴 쿰, 어거스틴 어서 일어나라!”
“절망에 빠진 이들이여 주저앉은 이들이여 쿰! 일어나라!”
“주님, 한 말씀한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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