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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돌아보고, 돌아서서, 다시 시작하자!

by 분당교회 2019. 3. 10.

2019년 사순 1주일

김장환 엘리야 사제

돌아보고, 돌아서서, 다시 시작하자!


열흘 전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날을 기념했습니다. 성공회 신문의 935호의 사설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백 년 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병천에서, 진천에서, 안중에서, 강화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에 맞서 자신의 생명과 재산과 삶을 바쳐가며 독립운동을 펼쳤습니다. 지금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실을 바라보면 엄청난 희생과 열정입니다. 그 분들은 단순히 개인의 안위와 물질적 부를 기원하는 신앙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개인적인 안위와 물질적인 부를 기원하는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3.1운동을 지나 일본 제국주의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점차 개인적인 신앙으로 변해갔습니다. 일제는 ‘노예를 해방시키시는 하느님’이 주제인 출애굽기 등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구약의 말씀들을 금지시켰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점차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내세지향적인 신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끔직한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기독교 신앙은 반공주의와 결합되었고 20세기 중후반 경제개발 시대를 지나오면서 기복주의, 성공주의, 성장주의 신앙으로 왜곡되어 예수 믿어 천당 가고 현세에서는 성공하는 것이 주님의 축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공평과 정의, 인간의 존엄, 생명과 평화 등 성서적인 가치보다는 물질과 명예와 권력 등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교회와 사회를 분리되었으며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는 아직 대한성공회를 한국기독교와는 다른 이미지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이후 가난한 자들과 함께 했던 “나눔의집” 운동과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선배들의 헌신으로 대한성공회를 건강한 교회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여 건강한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대한성공회가 아직은 대안으로 선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교회 내적으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갱신을 요구합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오늘 복음은 신자와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복음의 가치를 말해줍니다. 우리 교회가 이 신앙적인 가치를 회복할 때, 진정 이 시대에 대안이 되는 교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 사십일 동안 단식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가장 연약한 상황 속에 있는 예수님을 통해 인간이 진정 어떤 가치로 살아야 하는 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따라가고 닮아가야 하는 경건한 삶의 모본으로 오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1. 아무 것도 드시지 않아 허기진 예수님에게 악마가 유혹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여 보시오.” 먹고 사는 문제가 사람이 겪는 가장 큰 문제이기에 첫 번째 유혹으로 나옵니다. 


예수님은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라고 대답하시며 이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마태오 복음에는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빵도 필요하지만 하느님의 말씀 안에 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태오복음 버전의 “모든 말씀”은 율법과 예언서로 대표되는 구약을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모든 말씀을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문자적인 순종으로 율법주의라는 신앙의 왜곡에 빠졌습니다. 



예수님은 율법학자의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말씀, 율법과 예언서, 구약의 핵심을 간단하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기독교 신앙은 단순하고 깊습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가운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입니다. 물론 “이웃”의 범주는 사람만이 아닌 피조 세계 전부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하느님의 나라사 이루어집니다.


오늘 1독서로 신명기 말씀을 읽었습니다. 신명기서의 주제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신명기 26장 10절, 11절에 그 길이 나와 있습니다. “10 ‘그런즉 야훼여, 주께서 저에게 주신 이 땅의 햇곡식을 이제 제가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너희 하느님 야훼 앞에 놓고 너희 하느님 야훼 앞에 엎드려 예배 드리고 11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와 너희 집에 주신 온갖 좋은 것을 먹으며 즐겨라. 너희뿐 아니라 너희 가운데 있는 레위인과 떠돌이도 함께 즐기도록 하여라.”


하느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레위인과 떠돌이 같은 경제적인 약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특히 12절을 보면, 삼년에 한 번 더 십일조를 드려 가난한 이웃을 섬기도록 명령하십니다. “12 삼 년째 되는 해 곧 십일조를 바치는 해가 되면, 네 모든 소출에서 열의 하나를 떼내어 레위인과 떠돌이와 고아와 과부에게 나누어주고 그것을 너희 성 안에서 실컷 먹게 하여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길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의 도리입니다.


2. 악마는 두 번째 유혹을 걸어옵니다.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잠깐 사이에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여주며, “당신이 나에게 엎드려 절만 하면 모든 권세와 영광이 당신의 것이 될 것이오.”라고 달콤하게 속삭입니다. 


예수님은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라는 성서의 말씀으로 이겨내십니다. 하느님만을 왕으로 섬기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왕으로 섬기지 않는 사람은 자기 욕망을 채워줄 이 신 저 신을 예배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예배드렸지만, 진정 왕으로 섬기지 아니하고 겸하여 이방신들을 섬겼습니다. 


겸하여 섬기는 것이 하느님께서 역겨워 하는 우상숭배입니다. 그 결과 불의와 부패가 만연한 사회로 타락하게 되었고 마침내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 나라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멸망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외친 예언자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예레미야 9:22-23, “22 나 야훼가 이렇게 말한다. 현자는 지혜를 자랑하지 마라. 용사는 힘을 자랑하지 마라.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 마라. 23 자랑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뜻을 깨치고 사랑과 법과 정의를 세상에 펴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기뻐하는 일이다. 야훼의 말이다.” / “24 자랑하는 자는 이것으로 자랑할지니 곧 명철하여 나를 아는 것과 나 여호와는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땅에 행하는 자인 줄 깨닫는 것이라 나는 이 일을 기뻐하노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개역개정)


“나를 아는 것” - 인격적인 교제

사랑과 정의와 공의 – 헤세드, 미슈파트, 쩨다카


하느님을 왕으로 모시고 그분만을 예배하며, 세상 속에서 사랑과 법과 정의를 펼치며 살아가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라는 외침입니다. 이럴 때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나라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집요한 악마는 다시 예수께 접근하여 유혹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인 네가 높은 곳에 뛰어내리면 하느님이 천사를 보내어 다치지 않게 하실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에게 너는 스타가 될 것이다.” 


이에 예수님은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는 말씀으로 이겨내십니다.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는 말씀은 하느님만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질, 권력, 명예를 움켜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이 세상 속에서 오직 하느님만을 사랑하며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면 힘들고 유혹이 많은 법입니다. 이스라엘도 가나안을 향해 광야를 지날 때, 너무나 자주 하느님을 향해 불평과 원망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느님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차라기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며 고기와 채소를 먹던 그 시절이 좋았다고’



사실 그리스도인도 자주 하느님을 떠보며 시험합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은 우리에게 권면합니다. 로마서 10:9, “예수는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또 하느님께서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는 것을 마음으로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예수 믿으십시오. 예수님만 믿으십시오.


특별히 2019년 사순절은 2020년 대한성공회 창립 13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봄 – 돌아섬” 이라는 주제로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성찰과 갱신의 때에, 예수님이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신 말씀들이 신명기의 말씀들이었다는 사실이 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신명기 8:3, 신명기 6:13-14, 신명기 6:16.


신명기는 모세가 지난 40명 광야의 여정을 돌아보며 가나안에 들어가 살게 될 출애굽 2세대(광야세대)에게 한 설교입니다. ‘너희는 아비세대처럼 실패하지 말라.’ ‘오직 하느님을 왕으로 모시는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하느님 나라 백성이 되어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라.’


예수님이 신명기서 말씀을 인용하신 이유도 동일할 것입니다. 자신을 통해 다시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가 제자들의 순종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교회를 통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동일한 기대로 하느님이 바로 이 말씀을 오늘 우리에게 읽게 하셨습니다. 한국교회는 개인주의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사명에 실패했습니다. 대한성공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제 돌아서서 “다시 시작하라”고 주님은 명령하십니다. 

선교 130년을 맞이하는 대한성공회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를 세워가는 교회가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여러분 모두, 개인적인 복을 구하던 믿음에서 돌아서서, 하느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하여 하느님께 전심으로 예배드리며 이 땅에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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