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0월 20일 연중 29주일 설교 말씀)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유명한 고사가 있습니다. 북산이라는 곳에 우공(어리석은 노인)과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커다란 산이 가로 막고 있어서 도회지로 가는데 매우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우공이 가족들을 모아놓고 저 태행산과 왕옥산을 깎아서 평평하게 하여 세상과 화통하게 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돌을 깎고 흙을 파서 저 멀리 발해바다까지 가서 버리고 오는데 일 년이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웃에 살던 지수라는 사람이 이를 보고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라고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우공은 지수의 그 고루함과 속물스러움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다 하지 못하면 자식이 하면 되고, 또 그 자식의 자식이 대를 이어서 하면 산은 더 이상 불어나지 않으니까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에 감화를 받은 옥황상제가 역신을 보내 두 산을 없애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글과 그림 신영복 선생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뜻을 세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루어가면 성취할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늘 ‘구하라! 얻을 것이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하시면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어떤 도시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는 재판관을 기어이 설득해서 억울한 일을 해결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메소포타미아의 회교 법정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재판소의 입구 맞은편에 재판관이 쿠션의 반쯤 묻혀 있고 그 주위에는 서기들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법정의 앞부분에는 주민들이 몰려들어 각자 자기의 사건을 먼저 처리해 달라고 합니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서기들과 귓속말로 흥정을 하고 뇌물을 슬쩍 집어넣어 주면 사건은 즉시 처리됩니다. 그러는 동안에 한 쪽 구석에 있던 여인이 큰소리로 공정하게 취급하라고 외칩니다. 관리들이 나무라니까 그 여인은 재판관이 자기 말에 귀 기울일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외칩니다. 재판관이 참다못해서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여인의 외아들이 군대에 끌려갔는데도 납세를 강요당했다는 것입니다. 재판관은 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줍니다.
예수께서는 마음이 완고하고 불의한 재판관도 이 홀로된 여인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는데 하물며 의로우신 하느님께서 그의 백성들의 간청을 어찌 외면하시겠느냐고 말씀하십니다.
감히 하느님과 맞장을 뜬 야곱의 이야기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 어떻게 성취되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의 압권입니다. 야곱은 야폭 강을 건너서 밤이 새고 동이 틀 때까지 ‘그 분’과 겨루어 씨름을 하고서도 복을 내려주지 않으면 놓아드릴 수 없다고 떼를 씁니다. 결국은 ‘그 분’은 야곱에게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기도의 제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기도해야 하니까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온전한 마음을 싣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고 옳은 가치를 지닐 때 가능한 일입니다. 몽상가처럼 꿈만 꾸며 나무에서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그 꿈이란 허망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또한 한 두어 번 하다가 안 된다고 포기해 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내가 해 봤는데 그거 안 되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버나드 쇼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을 세웠다 해도 굳세지 않으면 세파에 휘둘리거나 유혹에 빠져서 쉽게 포기하거나 변질된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신앙은 강합니다. 억울한 일을 반드시 풀고야 말겠다는 신념이 고약한 재판관의 마음도 허물었습니다. 반드시 복을 얻겠다는 절실함으로 야곱은 씨름을 견디어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신앙의 눈으로 볼 때는 희망의 빛을 보게 됩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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