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9일 연중 20주일 설교말씀
김장환 엘리야 신부 (성공회분당교회 관할사제)
살리고 살게 하는 밥, 예수
안토니오님을 하느님께 보내드린 지도 열흘이 지났네요. 송주한 어거스틴 형제가 쓰러진지 어제로 두 달이 지났구요. 별세하신 안토니오님과 유족들을 위해, 그리고 주보에 적혀있는 환우들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중보 부탁드립니다.
별세하신 안토니오님이나 투병 중이신 송그레고리님은 분당교회를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세워 오신 기둥들이셨습니다. 이분들이 예배 자리에 안계시니 허전하고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새 가족들을 보내주시면서 위로해 주시네요. 오늘 예배 중 신자기도 시간 후에 3분의 신자영접식을 갖게 되어 감사하고 기쁩니다. 주님을 찬양합니다.
오늘도 요한복음 6장으로 주님의 말씀을 나눕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 드립니다.
허영만의 ‘식객’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 음식을 맛보려고 일본 손님들이 왔습니다. 한정식 집으로 데려갑니다.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고 한 상 가득 반찬이 있는 푸짐한 밥상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밥이 맛이 없어 일본인들의 실망합니다. 다음 날, 한 여직원이 자기가 잘 아는 밥집으로 데려갑니다. 허름한 집에 반찬도 몇 가지 없는 밥상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실망하는 표정들이었는데, 이내 들어온 밥맛이 너무 좋아 손님들은 이제 비로소 한국의 맛을 보았다고 흡족해합니다.
‘한끼줍쇼’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니까 아이돌 스타들이 가정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데, 집 밥을 너무 오랜만에 먹는다고 감탄하며 맛있게 먹더군요. 집 밥을 대치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편의점에 가면 편도, 삼각 김밥, 샌드위치가 있고 웬만한 유명 브랜드 음식들이 냉동식품으로 다 나와 있습니다. 전화 주문만 하면 어떤 음식이라도 집으로 배달 옵니다. 진짜 배달의 민족 같습니다. 하지만, 집 밥만은 못합니다. 찬밥이라고 물 말아서 멸치볶음이랑 먹으면 그게 더 맛있고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주간 “나는 생명의 빵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빵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아르쿠스’라고 하는데, 주식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우리 버전으로 하면, 밥입니다. “나는 생명의 밥이다!”
요즘 먹방이 유행입니다. 여행도 콘셉이 맛집투어, 먹방투어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즐거운 일입니다. 저도 먹는 것 좋아합니다. 그런데, 마치 먹기 위해서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열심히 고생하며 일하다가 그 스트레스를 맛집 투어, 먹방 투어로 해소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잘 살기 위해서 먹는 것입니다. 생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먹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계속 “내가 생명의 밥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먹어야 살 수 있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살리는 밥’이고 ‘살게 하는 밥’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밥이신 예수님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요? 예수를 먹고 마신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는 그분의 말씀을 먹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인 성서를 꾸준히 읽고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생각, 마음, 삶을 내 속에 채워가는 것이 밥이신 예수님을 먹는 것입니다.
출애굽 여정에서 하느님은 매일 만나를 주셨습니다. 만나는 아침에 그날 하루치만 거둬옵니다. 주의 기도에서 개역성경으로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합니다. ‘생명의 밥이다’ 하신 ‘그 밥’입니다. 그날그날 살아가게 하는 생명의 말씀이 밥입니다. 이것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만나입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먹방티비에서 눈을 돌려 나를 살게 하는 생명을 말씀 앞에 머무르는 가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예수의 영이신 성령을 따르는 삶입니다. 사도 바울로는 로마 8장에서 성령을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생명을 누리게 하는 성령의 법”이라고 합니다. 성령을 따를 때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에서 사도 바울로는 “성령을 가득히 받아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성령으로 충만함이 예수로 충만함이고 생명이 넘치는 삶입니다. 언제나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할 때 성령으로 충만하여 여러분의 삶에 예수의 생명이 넘쳐날 것입니다.
셋째, 성찬예배를 통해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에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성체성사를 연상하게 합니다. 예수님은 성목요일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지시면서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초대교회는 모일 때마다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셨습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면 누구나 성체성사에 참여하면서 그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십니다.
성사라는 말은 ‘보이는 것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신성과 특성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보이는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먹습니다. 성체성사는 우리를 위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거룩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이렇듯 성체성사를 드리는 감사성찬예배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의 삶에 주일 감사성찬예배가 중심에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주일감사성찬예배를 통해 하느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십자가의 사랑을 가득 채우는 은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거듭 자신을 먹으라고 하신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밥이신 예수를 먹는 이유 말입니다. 57절에 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보내신 선교사입니다. 예수님은 오직 하느님만을 사랑하며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셨습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며 인류를 구원하는 사명을 완수하셨습니다. 요한 19:30, “이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시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우리도 주일 감사성찬예배를 마치면서 세상으로 보냄을 받습니다. “나가서 주님의 복음을 전합시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각기 다른 일들로 살아가지만, 동일한 것은 예수님처럼 세상 속에서 선교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헤세드로 충만하여 가난한 이웃들, 소수자와 나그네들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평과 정의, 미슈파트와 쩨데크를 행하며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것이 선교적인 삶입니다.
“나를 먹는 사람은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는 말씀은 밥을 매일 먹어야 살듯이 우리를 살리고 살게 하는 밥, 예수를 먹어야 선교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는 밥을 대치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반찬만 가득한 한정식처럼 프로그램이 화려한 교회도 많습니다. MSG가 잔뜩 뿌려져 입맛을 자극하는 외식처럼 이벤트로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렌지에 돌리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햇반처럼, 값싼 은혜로 예수를 파는 교회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없어도, 훌륭한 시설이 없어도, 재미를 주는 이벤트가 없어도, 생명의 밥이신 예수가 있는 교회가 진짜입니다. 살리고 살게 하는 밥이신 예수로 사는 신자들이 있는 교회가 진짜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런 교회되기를 바랍니다.
매일 만나를 먹듯이 생명의 말씀을 먹으십시오. 언제나 내 안에 계시는 성령님만을 의지하며 그 분의 인도에 순종하십시오. 주일 감사성찬예배를 통해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채우십시오.
살리고 살게 하는 밥, 예수님의 능력으로 영원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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