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의 목적!

2018년 8월 5일

(설교 : 김장환 엘리야 신부)

부르심의 목적!

지난주일 복음에서, 오병이어 기적을 경험한 군중들은 이내 예수를 왕으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군중을 피해 산으로 가셨습니다. 저녁이 되어 제자들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고 산에 계시던 예수님도 호수 위를 걸어 호수 건너편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비박을 했던 것인지,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난 곳에 있던 군중들이 예수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곳, 저 곳을 찾아다니다가 호수 건너편으로 와서 예수와 제자의 일행을 만났습니다. 

군중은 너무 반가와 예수님께 언제 이쪽으로 오셨냐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요한 6:26,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어제만 해도, 병도 고쳐주고 배부르게 먹여주던 예수님이 지금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군중들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예수를 찾아 나선 것은 기적의 뜻을 깨닫고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제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겨우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군중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요한6:35,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자는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군중들이 원하는 기적의 풍요가 아니라, 생명의 빵으로 예수님 자신을 주겠다고 하십니다. 

과연 군중들은 예수님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보자면, 요한 6장 66절입니다.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예수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오늘 성경 말씀들을 묵상하면서 오래 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습니다. 두란노서원에서 나온 ‘팬인가 제자인가’라는 책입니다. 원제는 Not d fan입니다. 

팬이란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어느 프로야구 팀의 팬이라고 합시다. 팬은 경기장에 선수로 서지 않습니다. 선수 이름을 외우고 기록을 다 기억해도 개인적으로 그 선수와 인격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매력이 없어지면 다른 팀으로 옮겨 가기도 합니다. 

예수님에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팬들이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예수님께 환호하지만, 반대 상황에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을 돌려 다른 선수에게 달려갑니다. 온갖 혜택을 바라면서 예수님 주변에 몰려드는 팬들이 있지만, 정작 자신을 희생할 만큼 예수님과 가깝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팬들은 단순한 열광을 진정한 헌신으로 착각합니다. 예수님에 관한 지식을 인격적인 깊은 친밀함으로 오해합니다. 행동하지 않고 말로만 때우려 합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자신이 제자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군중들이 이런 팬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만만치 않은 인생살이가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신을 찾게 됩니다. 예수를 만납니다. 예수 그리스도? ‘나를 대신해 죽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교리 수업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는 머리로만 아는 지식일 뿐입니다. 

실상 교인들에게 예수는 문제 해결, 소원 성취를 위한 구원자일 뿐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수? 내 필요에 의해서 내가 믿은 것입니다. 신앙생활? 여전히 내 중심으로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사실은 ‘그 신이 예수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소원만 들어주면 되고, 나만 위로해 주면 된다.’는 것이 속마음인 사람도 많습니다. 

하느님이 왕이 되어 미슈파트 쩨다카가 이루어지는 샬롬의 왕국! 예수님의 초림으로 시작되었고 그 분의 재림으로 완성될 하느님의 나라! 십자가의 대속으로 그 나라 백성으로 구원하여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 이 놀라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이 세상의 눈에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성경을 통해 확인하고 경험적으로 확신하는 것은, 이렇게 팬처럼 자신 앞에 나오는 사람들을 예수님께서는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측은지심으로 환대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대하며 말씀하십니다. 요한 6:29,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곧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고 하느님 나라 백성이 되는 새로운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보이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닌 보다 높은 차원의 인생을 살아가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서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에페 4:1, “주님을 위해서 일하다가 감옥에 갇힌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불러주셨으니 그 불러주신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제자란 나를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 구원하여 주신 주님의 부르심의 목적을 삶에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의 목적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라!’는 그 부르심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에페 4:13, “마침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완전성을 지닌 ‘성숙한 인간’이라는 표현은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를 대체하는 사도 바울로 버전입니다. 사도 바울로는 그의 서신에서 제자를 성숙한 사람으로 표현합니다. 

오늘 서신에 나오는 내용에 따르면, 제자는 14절, 사람들을 잘못에 빠뜨리는 교설의 풍랑에 흔들리거나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일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즉 하느님의 말씀인 진리가 삶의 결론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15절, 사랑 가운데 진리대로 살면서 여러 면에서 자라나는 사람들입니다. 신앙의 성장, 인격의 성숙이 있다는 것입니다. 16절,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로서 교회를 사랑의 공동체로 세워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런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12절입니다.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 활동을 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자라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준비’라는 말이 디모테오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3장 17절에 나옵니다. “이 책으로 하느님의 일꾼은 모든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제자는 ‘준비된 사람’입니다. 이 준비를 위해서 필요한 책이 17절의 ‘이 책’ 바로 성경입니다. 디모테오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3장 16절입니다. “성경은 전부가 하느님의 계시로 이루어진 책으로서 진리를 가르치고 잘못을 책망하고 허물을 고쳐주고 올바르게 사는 훈련을 시키는 데 유익한 책입니다.”

제자가 되기 위한 ‘준비’에 필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하느님이 세우신 교회의 일꾼입니다. 오늘 서신 에페 4장 11절입니다. “바로 그분이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선물을 은총으로 주셔서 어떤 사람들은 사도로, 어떤 사람들은 예언하는 사람으로, 어떤 사람들은 전도자로, 어떤 사람들은 목자와 교사로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말씀이 12절입니다.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성도들을 준비시키라고 주님은 교회에 목자와 교사를 세우셨습니다. 누구입니까? 바로 저입니다. 

저의 일주일 삶을 살펴보면, 새 가족들을 일대일로 만나 교육하는 일이 2-3건, 심방과 면담으로 2-3건, 기타 교회 행정과 설교준비, 독서 등입니다. 이렇게 저는 여러분의 목자와 교사로 이 교회에 파송되어 있습니다. 

하여 여러분에게 권면합니다. 저를 가이드로 삼아, 성경 말씀을 함께 나누며,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세우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폭염으로 힘들지만, 모레가 입추입니다. 오는 가을에는 저와 함께 성경 말씀으로 제자로 준비되는 만남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자주 말씀드리지만 새벽이든, 한 밤이든, 여러분의 시간에 맞춰서 여러분이 제자로 세워지는 일에 섬길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원하는 마음을 기다립니다.

이 더위에 여러분이 이 자리에 예배자로 계신 것, 대단합니다. 하지만, 팬들도 능히 그렇게 합니다. 주님은 여러분이 예수님을 믿고, 매일 먹는 밥처럼 예수님을 매일 만나 교제하고 그분의 말씀을 먹으며, 주님의 몸인 교회를 통해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해 자는 제자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 모두 함께 주님의 제자로 우뚝 서는 2018년 하반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