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9일 연중 17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신부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작은 것들!
오늘 복음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오병이어 기적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빼면, 네 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기적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예수님의 사역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성서정과는 8월 마지막 주일까지 이 사건과 연결되어 진행되는 요한복음 6장을 읽도록 합니다. 오병이어에 관계된 말씀들로, 이 무더위에 영글어 가는 열매들처럼, 더 성숙해 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일에 읽은 복음을 기억하시죠? ‘수많은 군중이 예수님 앞에 모여 들었고 이들을 향해 예수님은 측은지심으로 환대하셨다. 측은지심은 하느님과 함께 보내는 피정 기도 예배를 통해 채워지는 하느님의 사랑, 헤세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는. 마르 6장 30-34, 53-56이었는데, 건너 띤 가운데 있는 복음의 내용이 오병이어 기적 이야기로 오늘 요한복음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니다.
마르코복음에는 군중의 수자가 나와 있지 않은데 오늘 복음 10절을 보면, 요한은 남자만도 5천명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린이 여자를 합치면 족히 만 명이 넘은 엄청난 군중들입니다.
오늘 복음 요한 6장 3절에, 예수님이 산등성이에 오르셔서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잡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상수훈 설교를 하시는 마태오복음 5장이 시작되는 장면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이 수많은 군중들에게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 나라 백성의 삶 등 여러 가지 가르치시며 영적인 양식을 먹이셨습니다.
그리고 육적인 배고픔도 해결해 주고 싶으셨습니다. 그래서 필립보에게 “이 사람들을 먹일 만한 빵을 우리가 어디서 사올 수 있겠느냐?”고 물으십니다. 필립보는 근처 벳사이다 출신입니다.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군중의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는 제자들의 임무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필립보는 군중을 먹이는 데는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사와도 모자란다고 말합니다. 이백 데나리온, 여덟 달 월급입니다. 최소 2,000만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데 그래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빵을 사올 곳도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겁니다.
이 때 안드레아가 등장합니다. 안드레아가 오병이어 작은 도시락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옵니다. “여기 웬 아이가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9절)
오병이어, 아이가 먹을 만한 작은 빵 다섯 개입니다. 한입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생선 두 마리입니다. 남자만도 5천명이니 1만 명은 족히 될 수 있는 군중을 먹이기에는 턱도 없이 보잘 적 없는 음식입니다.
동료 신부님들의 목회 경험을 들어보면, 필립보의 태도는 교회 안에 흔히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합니다. 선교를 위해서 하느님의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먼저 들이대는 것이 손익계산서라고 합니다. 보잘 것 없이 작은 것이지만, 오병이어라도 가져온 것 안드레아의 태도는 확연히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보잘 것 없는 작은 오병이어가 예수님의 손으로 넘어가자 놀라운 일이 전개됩니다. 예수님은 군중들을 앉히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배불리 먹고도 12광주리에 가득 남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오래 전에 남 수단에서 내전으로 인한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미국인 선교사의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성탄 선물을 나눠주는데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보다 더 많이 왔답니다. 자루에는 준비된 선물은 다 떨어졌는데 믿음으로 자루에 손을 넣었더니 선물이 계속 나오더랍니다. 이밖에 포탄으로 절단된 다리가 온전케 된 이야기, 죽은 아이를 살린 이야기 등 엄청난 기적이야기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사제인 저도 믿기 어려운 간증입니다. 그런데 오늘 1독서도 오병이어와 유사한 기적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입니다. 그분의 뜻을 이루어 가심에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다고 믿습니다.
이런 설명도 가능합니다. 오병이어 도시락을 싸온 아이처럼 다른 사람들도 도시락을 싸왔을 것입니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혼자나 가족끼리 꺼내 먹기에는 멋쩍을 겁니다. 그런데 작은 도시락을 내놓는 아이와 예수님의 감사기도가 공명을 일으켜, 가지고 있던 도시락들을 내어 놓았고, 군중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남았다는 것입니다. 설득력 있는 합리적인 설명입니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근과 굶주림으로 죽어갑니다. 그런데 인류는 먹고 남을 자원이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니까, 나누지 않으니까, 한편에서는 비만과 성인병으로 죽어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으로 죽어갑니다.
요한은 14절에서 오병이어 이야기를 기적이라고 기록합니다. 정확하게는 sign, 표적이라는 단어입니다. 표적이란 그 사건을 통해 그 사건 너머의 의미와 교훈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기적을 일으키는 예수라는 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요한은 예수님을 알게 하고자 요한복음 안에 7개의 표적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기적이야기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가나의 혼인잔치 이야기입니다. 요한 2:11,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 성경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병이어 기적이야기의 풍성한 의미와 교훈은 계속되는 요한복음 6장 말씀을 통해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서신 말씀이 오병이어를 행하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에페 3:20,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시면서 우리가 바라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베풀어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에페소 교우들을 향한 사도 바울로의 기도처럼, 그 넓고 길고 높고 깊은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고 인간의 모든 지식을 초월한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풍성함 – 하느님 나라의 풍성함, 그 백성으로 살아가는 축복을 말합니다. 이 복을 누리는 여러분이 되시길!.
이렇게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경험하는 길은 오늘 복음의 아이처럼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예수님 가까이 있어서 예수님과 필립보가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같습니다. 그리고 안드레아에게 자기가 가진 오병이어를 준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이처럼 예수님 가까이 있어, 대화를 들었다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나요?
아이가 오병이어를 예수님께 드리지 않았다면, 그저 자기의 배고픔만 해결하는 도시락이었을 뿐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손에 드려지자, 예수님의 감사와 축복기도를 통해 남자만도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는데 쓰임 받았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주님 손에 드려지고 주님의 뜻 가운데 놓이면,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위대한 헌신이 됩니다. 아멘?
아이의 오병이어를 보면서, 저는 대한성공회를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작은 교단입니다. 하지만 이 교회가 주님의 뜻 가운데 주님 손에 들려지면 한국을 살리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 성공회 분당교회를 생각합니다. 작은 교회입니다. 하지만, 주님의 손에 들려져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주님의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재능도 능력도 믿음도 재력도 보잘 것 없고 그저 내 인생 살아가기도 벅차다고 여기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인생이 주님의 손에 들려지면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위대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바라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의 새 일을 행하실 주님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주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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