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교회 설립 2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분당교회 교우 여러분 위에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코로나 19로 얼마나 힘드셨는지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잘 견디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김장환 엘리야 신부님과 함께 주님의 교회를 잘 지켜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서에는 뱀, 이리와 늑대, 소, 돼지, 양과 염소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옵니다. 이런 동물의 상징이나 의미를 알면 성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성서의 대표적인 동물은 단연코 양입니다.
양은 성품이 온순하고, 서로 잘 어울리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양은 방향감각이 없어서 쉽게 길을 잃고 헤매는 동물입니다. 양은 누군가의 보살핌이나 돌봄이 없으면 무력하고 연약한 동물입니다. 그리고 쉽게 더러움을 타는 동물입니다.
이런 양의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 마음에는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죄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성서에 나오는 양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양은 자신의 죽음과 희생을 통해서 더 큰 구원을 가져오는 동물로 상징됩니다. 이사야 예언서는 고난 받은 종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깎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사53:7)
요한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보며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요한1:29)고 말합니다.
요한묵시록은 “죽음을 당하신 어린양은 권능과 부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양을 받으실 자격이 있다.”고 노래합니다.
성서는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가장 나약하고 무력하게 죽임을 당하신 주님이 우리를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찬의 전례를 드릴 때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고 주님을 찬미합니다.
목자와 양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을 하느님의 양떼라고 생각했고
하느님을 양떼를 돌보는 목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목자는 양을 쉴만한 물가로, 푸른 초장으로 이끌어 갑니다.
목자는 사나운 짐승이나 도둑으로부터 양을 보호합니다.
그러므로 목자와 함께 있는 양은 언제나 안전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양 없는 목자를 상상할 수 없고, 목자 없는 양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목자와 양은 아주 친밀한 관계, 생명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저는 시편 23편을 읽을 때마다 한 여인을 생각합니다.
그 여인은 2년 전에 90의 나이로 하느님의 품에 안기셨지만 한 평생 시편 23편을 읽고 묵상하며 살던 신앙인이었습니다.
대성당 주임사제로 있을 때 심방을 갔습니다.
성서 말씀으로 시편 23편을 읽어드리려고 했더니 “신부님 제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하시더니 눈을 지그시 감고 시편 23편을 암송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신부님! 저는 매일 이 시편 23편을 암송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께서 나의 삶을 인도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지금도 아가타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분은 착한 목자이신 주님과 함께 믿음의 길을 걸었던 주님의 어린양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신앙인들이 시편 23편을 읽고 묵상하면서 위로와 힘을 얻었을까요? 요즘처럼 힘든 때 시편 23편을 읽고 묵상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힘을 얻습니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과 함께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악한 목자와 선한 목자를 구분하면서 야훼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목자 되심을 이렇게 선포합니다.
주 야훼가 말한다. 보아라. 나의 양떼는 내가 찾아보고 내가 돌보리라. 양떼가 마구 흩어지는 날, 목자가 제 양떼를 돌보듯이 나는 내 양떼를 돌보리라.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헤매는 것은 찾아내고 길 잃은 것은 도로 데려오리라. 상처 입은 것은 싸매주고 아픈 것은 힘나도록 잘 먹여주고 기름지고 튼튼한 것은 지켜주겠다. 이렇게 나는 목자의 구실을 다하리라.
야훼 하느님은 양들을 돌보고, 찾아내고, 데려오며, 싸매주며, 먹여주고 지켜주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주님은 이런 목자이십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의 양들을 지키고, 돌봅니다.
그리고 양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내어 놓습니다.
주님은 벗을 위해 목숨을 내 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주님의 말씀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착한 목자의 본을 보여 주셨고, 참 사랑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은 양들을 알고, 양들도 목자를 안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이 양에 대해서 아는 것은 축산과 교수나 학생이 양에 대해 공부를 하여 양의 성질, 양의 성장이나 발육과정, 양이 좋아하는 풀, ,..이런 사실이나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정육점 주인이나 양고기 식당 사장이 양고기는 어느 부위가 맛있고, 어떻게 요리를 맛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도 차원이 다릅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서 양을 아는 것은 양과 함께 살고, 양을 돌보면서 양 하나 하나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맺은 사랑의 관계,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양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은 “이 우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다른 양들도 있다. 나는 그 양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러면 그들도 내 음성을 알아듣고 마침내 한 떼가 되어 한 목자 아래 있게 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지금 우리 밖에 있는 양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일깨워 줍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눈과 마음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착한 목자이신 주님과 사랑의 관계,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더 깊은 사랑의 관계,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주님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믿고 신뢰하여 그 믿음의 길을 걸어갔더니,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순종했더니 우리는 푸른 풀밭에 이르게 되었고, 쉴만한 물가에 이르러 생명의 양식을 풍족하게 먹어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때때로 우리의 삶에 시련과 역경이 있지만 그 때도 착한 목자이신 주님과 함께 그 길을 걸었기에 두렵지 않았고, 이겨냈다는 경험을 해야만 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주님과 나 사이에 믿음과 신뢰가 쌓여 갑니다. 우리는 이런 믿음의 체험을 통해서 주님을 더욱 깊이 알게 되고, 우리의 믿음은 깊어지고 성숙해 갑니다.
우리 주님은 당신의 삶에서 하느님을 아는 경험을 가장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 분을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 분을 알고 있다.(요한 8:55)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10:15)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10:30) 나를 보았으면 아버지를 본 것이다(14:9)
이 모든 말씀은 깊이 묵상하면 목자가 양들을 알들이 주님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여 깊은 일치를 이루는 삶으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그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어 사랑이 넘치는 삶, 생명이 풍성한 삶, 진리 안에서 자유의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은 우리 모두를 그런 삶으로 초대하고 인도해 가십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10:15)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10:30) 라는 고백을 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주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알고, 그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축복과 은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 때라야 우리 모두를 통해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분당교회 모든 교우들이 선한 목자이신 주님과 함께 멋진 믿음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견진을 받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견진을 받으시는 분들은 바로 그런 믿음의 길을 가려고 결단하신 분들입니다. 오늘 견진을 통해서 여러분의 분이 더욱 견고하고 굳센 신앙인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견진은 성령안수식입니다. 거룩한 기름으로 축성하는 예식입니다.
믿음이 더욱 굳건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도록 세워주는 예식입니다.
오늘 견진을 받으시는 분들은 자신의 믿음에 책임을 지고 성장 성숙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에 대한 헌신과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여러분을 통해서 분당교회가 더욱 멋진 신앙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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